서양미술거장전, 램브란트를 만났나?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주의 : 미리 밝혀두지만 이 글은 서양미술거장전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서술한 글입니다.)


길을 지나는데 플래카드가 보였다.

서양미술거장전, 램브란트를 만나다.

딱히 같이 갈 사람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는 오늘 같은 날.

그간 몇 번의 경험 끝에, 그림을 읽는다라는 건 내 능력밖의 일임을 잘알기에 도슨트 시간을 맞춰서 길을 나섰다.

그렇게 30분간의 도슨트 설명을 듣고 1시간 반 정도 혼자 놀았다.

그리고 느낀거 하나.

낚였구나.

제목은 램브란트를 만나다 이지만 정작 램브란트의 유명한 회화 그림은 하나 밖에 없다.

총 50여점의 작품 중 램브란트의 판화가 20여점을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빛의 화가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램브란트를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단지 판화로밖에 만나지 못한다는 건

(물론 램브란트가 판화가로도 유명하다며 도슨트는 항변을 했지만...)

좀..낚시성의 느낌이 너무 강했다.

장사는 해야겠고, 그러다보니 램브란트의 이름을 정면에 걸어 내세우는..

(판화라는 건 쏙 빼고)

뭐 어쨌거나 저쨌거나 낚시에 낚인 건 낚인 거고..그림은 그림이다.

오늘 돌아다닌 2시간을 정리를 해봐야지..

그림은 보통 읽는다는 표현도 많이 하던데 사실 그건 어느정도 능력자들이 가능한거고..

내가 그림을 보는 방법은 단순하다. 별 거 없다.

(사실은 보는 능력도 안된다)

그림을 갖고 상상을 막 하면서 대화를 하는 거다.


막 이렇게...아무 생각없이..ㅎㅎ;;

그러다보면 막 감정 이입이 되서 그냥 막 그림이 좋아진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은 상상이 막 되고, 막 그런 것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내가 감정이입이 되는 그런 그림들이다.

오늘 그런 그림들 몇개를 골라 적어본다.



자화상(에칭), 램브란트



이제 막 화가로서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의 램브란트의 자화상..20살을 전후로 했을 때의 모습이라던데..

저 어린 나이에 얼굴은 완전..-ㅠ-

장발을 한 웨인 루니같은 느낌이 드는 건 나 뿐일까? ㅎㅎ

방아간 아들로 태어나 느지막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램브란트..얼굴 표정에 불안이 가득한 것이..

'아놔 뭥미..나 그림 그리면 대박 날수 있는 거 맞어? 쪼까 껄쩍지근 불안혀..'

라는 말을 막 하고 있다...ㅎㅎ

그래도 또 젊음이 넒칠 때라 그 안에서도 익살이 흘러넘치는 게..이런 훌륭한(?)표정이..ㅎㅎ





로마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성당 내부, 조반니 파올로 파니니



이제 갓 오픈(?)한 성당안에 사람들이 와글와글..물론 다 귀족들이다.

이 그림 앞에 서 있으면 막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게 귓가에 들린다.

'아따, 김선상 요번에 출마한담서?'

'하이고~잘부탁드립니다..제가 아는게 없어서..'

'교회가 억수로 커뿌네..+_+'

'내도 여따 돈 좀 부었지..여그 신부님캉 내캉 쫌 친해가꼬..난주 천국갈끼라 카이..'

멋지지만 왠지 너무 화려해서 동떨어진 세계같은 성당안에서, 또 저런 옷들을 멋지게 차려입은 아저씨들 사이의 대화란..ㅎㅎ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프랑수와 부셰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사람을 죽여 그 벌로 옴팔레 여왕의 노예로 일하게 된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를 그렇게 구박하고 괴롭히던 옴팔레 여왕은 여자옷을 입고 밤에 자기 방으로 오라는 영을 내렸는데..

헤라클레스가 오자 이러고 있는 거다.

가운데 두 사람은 이미 말이 없지만..

밑에 있는 귀여운 두 큐피트간의 대화가 막 귀에 들려오지 않아?

'노예랄 땐 언제고 저건 뭥미?'

'원래 여자맘은 모르는 거라니깐..'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에칭), 램브란트


이건 그냥..아무러 그런 여유를 갖고 상상을 할 수가 없다.

눈앞에서 보는 순간..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보고 있으면..막 숨이 막힐 정도로..에칭으로 빛을 만들어내는 걸 보면 램브란트구나 라는 생각 말고는 그냥 멍해지는..

그런 그림..십자가에서 예수의 사체를 내릴 때 제자들의 슬픔과..분위기의 장엄함이 막 묻어나고,

그 속에서 램브란트의 숨막히는 포스가 막 묻어나온다...

귓속에서 그런 '콰광~'하는 흔한 배경음악이 막 들리는 듯..

1633년작이니까 램브란트가 개인의 최절정기를 향해 막 올라갈 때 즈음 만든 판화이다 ㅎㅎ






허망한 영광의 알레고리, 피터르 판 데르 빌리허


제목 그대로다..허망한 영광의 알레고리.

(그림이 좀 작지만, 찾느라 겁나 힘들었다...=_=)

해골이 말한다.

사는 거? 그렇게 무언가에 목숨을 걸고 살아본들..죽으면 똑같은 걸..

머리에 이런 지푸라기 관이라도 하나 쓰면 뭐가 달라져?

그래 한 때 나도 잘나갔지..

다들 나를 보면 벌벌 떨고..

하지만 나도 이렇게 죽고, 시간이 흐르면 해골바가지 하나밖에 안남는거야..

그게 인생이지.




나이든 여인의 초상, 램브란트


1650~52년으로 제작연대가 되어 있으니, 램브란트가 '야경'으로 폭삭 말아먹고, 오만가지 혹평에 시달리다가, 그 와중에 마누라도 죽고

마누라가 남긴 엄청난 재산 때문에 갖가지 소송과 스캔들에 시달리던 시기 즈음인가 보다. (결국 1656년 파산한다.)

그렇게 실의에 빠진 램브란트네 화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주머니..

'화가 양반..바빠? 나 그림 하나만 그려줘..'

'여기 앉아보슈..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는 못해드리우..'

'어 그래..대충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구만..전쟁 통에 바깥양반 죽고, 이 나이먹도록 애들 키우다가 이 모양으로 늙었는데..이제 좀 한 숨을 돌릴 수 있을 거 같아서...이제는 돈도 좀 있고..애들은 다들 커서 집들을 나가고 혼자 이제 살다가 뭐하나 남기고 싶어서 말야..잘 그려줘..'

'안그래도 아주머니 얼굴에 아줌씨 살아온게 딱 적혀 있구만 뭘..내가 그림에 아줌씨의 인생을 그려줄테니 포즈 잘 잡고 앉아보슈..'

이런 이야기들이 귀에 들려오는 그림.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그런 인생살이가 느껴진다.

강하고, 위엄있으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표정이, 힘들게 돈을 모아, 이제는 좀 먹고 살만해진, 그런 어머니 같은 모습..

그리고 그런 나이든 여인에 대한 램브란트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 정신 없던 와중에도, 이런 따스한 시선을 보낼 수 있다니..라고 할만큼..




과일 파는 소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젊은 화가 무리요에게는 짝사랑하는 아가씨가 있다.

산책길에 종종 마주치는 동네에서 과일을 파는 소녀.

그런데 이노무 무리요는 말도 못하고 맨날 낯짝만 벌개지고..웅얼웅얼 하기 일쑤..

오늘도 산책길에 소녀를 만난 무리요.

오늘은 작심하고 작업을 건다. 주특기인 그림으로.

어머 선생님 오늘도 산책 중이신가 봐요?

어..어..어..음..그게 그러니까..어..그래..음..그냥..산책인데..음..그..저기..저..저..저..아..저기 그러니까..괜..괜찮으면..내가..그림 그려..줄까?.(__ ;;)

어머 정말요? 저야 좋죠~



사실 이 그림에 대한 가장 많은 해설은 단지 과일을 파는 소녀가 아니라, 매춘부라는 것이다.

소녀의 교태넘치는 자태와, 외모, 그리고 웃음이 매춘부이기 때문이라는데

막 처음..짝사랑에 빠진 듯 가슴 쿵쾅거리는 그런 부끄러움과 함께 따스한 시선이 묻어나는 건 이유가 뭘까..

그냥..그래서 마음대로 상상을 해봤다.

누구 맘대로? 내 맘대로~

원래 그림은 읽는 거라는 말도 하지만

결국 해석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린거다. 어떻게 해석하든 그냥 보는 사람 마음 아니겠는가?

내가 보고 내가 좋다는데..ㅎㅎ

오늘의 마실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