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생긴 일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몸에 자꾸 뭐가 나고 가려워서 오늘 병원에 갔다.

본디 병원을 아주 싫어하는 관계로,

왠만하면 병원을 안가고 버티는데

별 수 없이 갔다.

일단 인터넷 검색을 해서 친절하다고 소문난 병원을 찾아갔다.


검진 소감은..음

소문이 날만하다.

보통 병원에 가면 불만인게, 뭐가 문제다 라는 것도 잘 안가르쳐주고

기껏 말해주는 거라고는

XX병입니다. 약 지어드릴테니까, 드시구요,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뭐 하지 말구요. 나가보세요.

딱 1분.

근데 여기는 갔더니

ㅇ ㅏ..이건 xx 인데요, 이런 저런 경우에 생기는데 혹시 뭐 수영같은 거 하시나요

네..

아 그래서 xx 해서 생기는거구요, 이건 보통 약을 드시면 금방 낫는데요

사실은 낫은 것 처럼 보이고 어쩌구 저쩌구 하니까요,

어쩌구 이러쿵 저러쿵 하셔야 하구요

이건 다른 거랑 같이 치료할 수는 없구요

먼저 치료 하고 다시 보셔야 해요 왜냐하믄 또 뭐가 어쩌구 저쩌구

그럼 약 지어드릴 게요.

약은 뭐뭐인데요, 뭐는 이렇게 하시면 되요.

자 그럼 일주일 후에 다시 오세요 라고..

아주 그냥 세세하게,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친절히 알려준다.

ㅇ ㅏ..왠지..화장실 다녀와서 쾌변에 겁나 개운해진 기분?


물론 다른 의사를 욕하는 건 아니다.

사실, 나도 내 전문 분야로 들어갔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 보다는

그냥 해놓을 테니까 한 걸 보라고만 한다.

전문 용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전문적인 개념같은 것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어려운 거~하고서는 끝이다.

의사들도 똑같을 거다.

자기들의 전문 용어가 있을 것이고,

자기들이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개념을 환자들에게 풀어서 설명하는 건

자신의 개인적인 의학적 소양, 능력과는 관계없이 너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환자라는 일반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의사라는 전문가라면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히 있어야할 능력일 것도 같다.


다만 의사 뿐일까?

판검사나 변호사들도, 너무나도 어려운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그들만의 벽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산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이야 그냥 멍하니 쳐다만 볼 뿐.

사실, 법학 용어야 어려울 필요가 없는 것을, 억지 일본어 번역과

그럴 듯하고, 고상해보이려는 억지 한자어 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와 문장들을

자기네들만 써서 어렵게 어렵게 만들고 있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법이든 의학이든 뭐든

저런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업이라면

대학에서든, 혹은 이제는 대학원에서는(법학 전문대학원, 의학 전문대학원)

저런 풀어 말하는 기술에 대한 능력도 함께 길러줬으면 좋겠다.


사실, 오늘 내가 간 병원 옆에는 떡하니 서울대 마크를 붙여놓은 똑같은 진료과 병원이 있었다.

그런데, 안간다.

바로 옆에, 오늘 내가 간 병원 의사가 너무 친절하기 때문에.

조금만 찾아보면, 인터넷에 나온다.

그 병원 선생님 너무 친절해요.

너무 잘 가르쳐 주시구요, 이런 저런 설명해주시면서 어쩌구 저쩌구.

의사, 변호사도 이제 무한 경쟁 시대라던데.

쫌만 사람들에게 다가오면

블루오션이 있는데

왜 레드오션에서 헤엄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