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이상없다', 한 병사의 이야기.
문화 산책/책 이야기 2009. 2. 1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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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쟁 영화나 전쟁 소설을 좋아한다.
한반도니 남북이니 하는 김진명의 소설도 대부분 다 읽어봤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몇번이고 볼 정도로.
그런데 늘 그런 책이나 영화는 늘 어딘가가 부족하다.
읽고, 혹은 보고 난 후. 그 뿐.
흔히 '고전'이라는 것이 있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라는 제목의 이 책이 전쟁 소설에서 그런 '고전'에 해당한다.
서점에서 옆을 지나다 제목을 보고,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하고서는 뽑아들었으니.
사실은 큰 기대없이 든 책이었다.
우선은 책이 얇았고, 종이는 요즘에 좀처럼 보기 힘든 누런 종이에, 인쇄도 어딘가 어설퍼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소설을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배송료 절약을 위해, 인터넷 서점에서 함께 구입을 한 책.
언젠가는 읽겠지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고전은 괜히 고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을 넘어서는 생명력을 갖는 고전이란,
그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무언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소설을 읽다가
소름이 돋다가, 또 눈물이 맺혔다가,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건
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이런 담담한 글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감정의 흐름은
신파조 소설들의 감정적 격랑보다 한층 더 깊은 곳에서
우리의 가슴을 판다.
조용히.
흔한,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그런 한 소년이 있다.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어느날, 그의 담임이 그 반 학생들을 데려가 자원입대를 시킨다.
'조국'과 '민족'의 중흥을 위해.
그는 자기가 왜 총을 들고 이 곳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녀야 하는 지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포탄이 날아들 때는 포탄 구덩이에 납작 엎드려야 살아 남는다는 것.
전쟁은 이들에게 현실이다.
먹는 것. 자는 것. 살아남는 것.
전방의 극한 상황 속에 처한 소년의 절박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것을 뛰어넘는다.
영웅이니 조국인니 그 어떤 것도 걸친 것 없이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진실의 모습.
'참호, 야전 병원, 공동묘지, 결국 우리가 갈데라곤 이것밖에 없다' (p.220)
흔한 전쟁 소설의 '영웅'이 아니라 더 마음이 저려올지도 모른다.
전쟁이라는 삶의 극한에 선 이야기를 너무 담담하게 풀어내서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읽다가, 그리고 읽은 후.
한참이나 그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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