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월드2008, 한국 로봇 산업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보여주다.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지난달 10월 16일(목) ~ 10월 19일(일)까지 COEX에서 로봇 월드 2008이 열렸다.

한국의 로봇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전시회라는 점에서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주최측에서도 작정한 듯이 ICCAS 2008과 ISR 2008 같은 학회를 동시에 개최하면서 한껏 바람몰이를 하려고 나섰다.

하지만..아무리 열심히 하려해도 늘 그렇듯이 나같이 딴지를 거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그래..항상 나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혹시나 로봇 산업 관계자가 이 글을 읽으시면 open mind로 보시고

혹시 마음에 안들거나 하는 부분이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Start.


10월 15일 저녁에 중국에서 돌아와 다음날 아침 다시 부랴부랴 코엑스로 출근했다.

ICCAS 2008에서 논문 발표 예정도 있었고, 회사에서 전시하는 것도 있어서(내 관할은 아니지만)

특히나 입사후 처음 이런 전시회에 가보는 거라 즐거움 반 긴장 반으로 출근.

그리고, 업체 관계자 자격으로, 학회 참가자의 자격으로 그래서 무료로..이틀 동안 학회와 전시회를 자유롭게 이동..+_+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솔직히 말하면 기대 이하였다.

이런 류의 전시회는 '산업 전시회'가 되어야 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밖으로 드러내 보임으로서 한편으로는 과시와

또다른 한 편으로는 산업 수요를 이끌어내서 발전을 촉진시켜야하는 것인데

대개는 완구류 제품에 가까운 로봇 장난감 들이 주류를 이루고 관객들도 아이들 손을 잡은 부모들이 많았다.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좋다고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그 뿐, 기술이나 제품 어떤 산업적인 동력원이 될만한 전시를 보기는 어려웠다.

각종 국책연구소에서 나온 물건들도 아쉬웠던 것은 대부분은 이족 로봇 연구에 몰두해 있는 듯 한데

어떤 멋진 보행을 보여주는 로봇 없이 초보적인 수준의 걷기 동작을 만들어 내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것은 부품 소재 기술의 부족.

로봇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감속기나 모터와 같은 전시는 극히 일부였고

성능 역시 아직은 검증되지 못한 까닭에..참..그랬다.


ISR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IROS 회장 겸 세계적인 산업용 로봇 회사 고문인 모 아저씨가

우리나라는 그냥 서비스 로봇이나 하고 산업용 로봇은 접으라고  했다.

뭐 사실 말은 좀 더 부드럽게 했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현상 역시 이번 전시회에 지나치게 잘 드러나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되지 그게 무슨 문제냐 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은 문제다.

먼저 하나는 서비스 로봇의 시장이 지나치게 작다는 것이다.

즉 Toy와 청소기를 제외하면 그럴 듯한 시장이 없는데다가 이 두 시장도 지나치게 작다.

정부에서는 물론 서비스용 로봇에 대한 장미빛 시장전망을 해마다 내놓고 있지만

그 장미빛 전망은 몇년 째 전망에 그치고 있을 뿐 그 어떤 킬러 애플리케이션도 없이 정체되어 있는 시장이 서비스 로봇 시장이다.

현재 로봇 산업의 시장은 자동차 및 전자 산업을 위시한 산업용 로봇, 그리고 다빈치와 같은 의료용 로봇, 마지막으로 군용 특수 목적 로봇이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데

이 분야들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의 연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에는 현대 중공업이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부품 산업과 센서 및 제어 기술 등에 있어서 선진국에 비해 열세이고

대외적으로는 판매하지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산업용 로봇 수요를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산기연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용 로봇은 아직 시작도 못한 초보단계에 다빈치와 같은 초정밀제어 기술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군용 로봇의 경우에는 각종 전자 장비 기술은 괜찮을지 몰라도 방폭이나 밀리터리 스펙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여전히 문제가 되는 제어 기술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산업용과 군용이 한 두군데씩 나왔을 뿐 의료용은 전멸,

핵심 부품 업체도 모터 한두군데, 감속기 한군데 등에 그쳤을 뿐

산업용도 대부분 전자 관련 어플리케이션 위주의 전시를 주력으로 했다.

물론 그나마도 각종 장난감 로봇들에 비하면 훨씬 낫지만.


사실 이번 전시회를 가장 민망하게 만든 것들은 저 장난감 들일 것이다.

무슨..2층에서 하고 있던 완구/문구류 전시회에 온 걸로 착각할 뻔 했다.

물론 로봇 전시회라는 특성상 그게 부수적으로 전시가 될 수가 있지만

문제는 그게 너무 주력으로 전시가 되면서 오히려 빈약한 우리나라의 로봇 산업 기반을 낱낱이 까발린 것이다.

즉 장난감 로봇들의 전시로 그 전시장을 채울 수밖에 없을 만큼 우리나라의 로봇 산업의 기반은 여기까지 입니다라고..

만천하에 드러내버린 것 아닐까?


미래의 성장동 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던 우리 나라의 로봇은 사실은 여기까지가 지금 현재일 지도 모르겠다.

고만 고만한 비슷 비슷한 아직은 미약한 부품들과 기술들을 가지고 그 위에 IT의 껍데기를 둘러씌운 놈.

그래..뭐 그것들도 좋다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치고 나가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소니의 아이보나 혼다의 아시모가

시대를 풍미하고 휩쓸고 지나간 뒷자리의 이삭을 줍는 다는 느낌을 갖는 건 지나친 자기 비하일까?

아니면 DRL의 듀얼암이나 다빈치 같이 기술적으로 혹은 산업적으로 센세이션이 될만한 이슈를 우리가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99년이었나..드라마 카이스트에 낚여서 나는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금도 아마 많은 학생들이 낚이고 있을 것이다.

파닥파닥..

나도 아직은 꿈꾼다.

무언가..우리가 센세이션을 만들고, 우리가 최초를 발표하고 모두가 우리의 손 끝을 바라보는 바로 그런 날

마치 지금의 반도체가 LCD가 일본 뒤를 쫓았지만 우리가 선도 하는 것처럼..

언젠가 그 날이 오겠지라고 믿는다.

하지만..그런 미래를 꿈꾸게 하기에 이번 전시회는 너무 미흡했다.

단지 그냥 포기하지도, 아직은 그렇게 제대로 키우지도 못한, 그리고 기술도 기반도 아직은 빈약한

한국 로봇 산업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하는 수 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