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위기를 바라보는 단상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간단히 말하자.

후덜덜한 금융 위기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던 은행들이 넘어간다.

미국의 힘의 상징과도 같았던 은행들이,

IMF 때 우리나라 장관, 총리들이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해야 했던 은행들이

산업은행에 팔리네 마네 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


이 금융위기가 얼마나 오래갈까?


예전에 읽었던 경제 관련 서적중에 현대 국제 경제 관계에 대해 정리해 놓은 부분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미국은 이미 산업 생산 능력은 80년대 부터 일본에, 그리고 2000년대에는 중국에 대부분을 내어주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해마다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80년대 이래 20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동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의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국에 대한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 국가는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다.

이들이 기록한 거대한 무역 흑자는 다시 미국 국채 매입이라는 형태의 자본거래로 미국으로 들어가고

미국은 이 자본을 갖고 다양한 형태의 금융거래를 통해 각종적자를 메워나간다.

실상 산업과 자본간의 오묘한 거래가 벌어지고 있는데 사실 이같은 거래는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보여진다.

즉, 매년 A 라는 집에서 B라는 집에 대해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러면 A가 보는 적자 만큼을 어딘가에서 땡겨와야 하는 건데 B라는 집에서 매년 땡겨오는 것이다.

적은 돈도 아니고 해마다 수천억 달러씩..

하지만 이 오묘한 거래에서 미국이든, 혹은 일본이나 중국이든 둘 다 이익을 보기 때문에 이같은 일들이 지속되고 있었던 것인데

미국의 무역압력을 낮추는 동시에 넘쳐나는 자금에 대한 안정적인 수익처가 될 수 있는 미국 국채 매입은 중국 일본 입장에서도 매력적이고

미국 입장에서는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본 유입이 필요하기에 어떻게 보면 누이 좋고 매부좋은 상황이었기에

이런 비정상적인 거래가 그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의 바탕에는 바로 달러라는 강력한 기축통화의 힘과

강력한 미국 IB 들의 투자능력이 있었던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언젠가 이 기묘한 거래는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다.

(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작년에는 마침 서브프라임 사태가 살짝 터져주셨다.

사실 이 문제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2000억 달러 남짓에 불과한 부실 채권 문제가 불거진 것인데

IMF 동안 우리나라가 처리한 부실채권 규모와 비교해서도 그렇게 큰 금액이 아닌 것을 생각해보면

미국이라는 거대 금융시장에서는 기껏해야 모기에 물린 정도라고 할만한 금액인 것이다.

90년대 파산한 롱텀 캐피털의 자산운용 규모가 1조 4000억달러에 달했어도 별 일이 없었는데

뭐 2000억달러쯤이야 큰 문제가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말이지..

그런데 참..이 것이 오묘하게 물린 문제여서

모기지라는 것이 그 파생상품이 있고 그 파생상품이 있고 그 위력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겉잡을 수 없게 되어버린 꼴이다.

메릴린치와 리먼브라더스 등이 픽픽 쓰러졌고

AIG도 맛탱이가 갔고, 골드만 삭스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결국 레버리지를 쓰다보니 역으로 레버리지를 맞아버린 모양이다.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각종 파생상품들이 오히려 위험들을 키워서 때려대고 있으니

무섭겠지..


그리고 마침내 미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던졌고 시장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이다.

하지만..무언가 불안한 감이 드는 것은 앞서 말한 '오묘한 거래' 탓일 것이다.

실상 이 위기가 번지면서 약달러와 금값폭등 그리고 각종 원자재 사태로 인해 달러는 상당히 힘을 잃었다.

더군다나 미국의 강력한 IB에 대한 신뢰는 많이 손상된 상태다.

그에 따라 몇년 전부터 추진되는 듯 하던 아시아권 국가들의 미국 채권 발빼기가 더욱 가속화 된다면

모기지 사태의 진정 여부와 상관없이 더욱 금융 위기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물론 가정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직은 그렇지 않을 듯 하다.


하지만 뇌관은 남아있다.

흔히 '펀더멘털'이라고 부르는 실물경제이다.

우리나라 재무 관련 아저씨들도 앵무새처럼 떠드는 그 튼튼한 펀더멘털에도 항상 약점은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자금난이 심한 시절에는 그 약점들이 이제 하나씩 밝혀질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사람이라고 해도 밥을 한 열흘 이상 굶으면 그 땐 약한 놈들 부터 하나씩 픽픽 쓰러지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IMF 때 한보, 대우, 기아 이런 회사들이 하나씩 서서히 무너져갔던 것 처럼

미국 경제에서도 그런 약한 돌들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지금 상황에서 큼직한 돌하나가 쑥 빠져버리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믿고 있는 펀더멘털이 흔들리는 것이 확인 되면 '오묘한 거래' 관계는 청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채가 더이상 안전한 '채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위기의 칼자루가 금융에서 실물쪽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 불이 실물로 넘어갈 것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지금의 위기의 끝을 가늠하게 해줄 것이다.



물론 그 끝이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아직은 좀 더 높다.

전세계에 넘쳐나는 돈들은 아직 갈 곳을 못찾아서 헤메이고 있고

폭락하는 유가에 도망나온 돈들도 결국 갈 곳을 찾아야 하니

그 돈들이 갈 곳은 결국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들 아직은 불안한 눈으로 미국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갈 곳을 아직 못정한 수많은 돈들이 대기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은

일부는 금을, 일부는 달러를, 또 일부는 미국채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그리고 지켜볼 것이다.

지금의 위기의 불이 꺼지느냐 실물로 번지느냐 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