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국제 구조대, 시간의 아쉬움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사체 292구 수습.

생존자 구조 1명

1997년 이후 우리나라 119 구조대가 해외에서 구호활동을 펼친지 13년의 결과다.

단순히 보기에도 이상한 수치다.

생존자 구조 경력이 사실상 전무하다.

왜일까?

이번 아이티 지진참사를 보자.


1월 12일 참사발생

1월 15일 인천공항 출국.

1월 18일 아이티 현지 도착. 구조활동 시작.

무려 6일만에 현장에 도착한 우리 구조대는

사건 발생 72시간이 고비라는 대형 참사에서 그 시작부터 벗어나 있었으니

애초에 인명구조보다 생색내기가 주 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지나친 느림의 미학을 자랑하고 있다.


너무 멀어서 그렇다고? 중국을 볼까?

이번 아이티에서 PKO 활동 중 희생된 병력도 꽤 되는 중국은 

참사발생 이튿날인 13일 50명의 구조대를 곧바로 전세기편으로 아이티로 투입,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정확하지는 않아도 전세계 각국 구조대 중 거의 가장 빠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뭔가. 출발이 늦은 것도 늦은 것이지만 돌고 돌아 도미니카까지 간 다음에(도미니카도 직항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아마 LA를 거쳐갔을 듯) 거기서 다시 육로로 아이티에 진입해 지진발생 후 거의 일주일만에 도착했다.

그러니 이제 가서 할 일은 인명구조보다는 사체 수습이 될 수 밖에 없다.

명색이 일단은 갔으니 뭐라고 하고는 와야 할테니.


이게 긴급구조대인가?

우리 왔다갔음 하고 사진찍고 가는 정치인들의 작태와 다른게 무엇인가?

물론 현지에서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을 구조대분들께 하는 말이 아니라 

느리기 그지 없는 의사결정 구조와 사태의 긴급성도 파악못하는 저 위에서 놀고계신 어느 분들께 드리는 말씀이다.

우리도 구조대 파견했음 하고 외국에 한마디 하고프신, 그 분들.


고하건대, 119 국제 구조대가 지금처럼 기형적으로 사체만 수습하는 구조대가 아니라

진정으로 생명을 구하는 구조대 본연의 임무를 지키고, 세계의 각종 재난 현장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남기고 오려고 한다면

구조대 파견 의사 결정 구조의 간소화는 물론이요(사고났다는데 도대체 무슨 고민을 또 며칠씩하는 걸까),

 파견과정에서의 수송지원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를 함께 했으면 한다.

예컨데 이번 같은 경우 장거리 수송이 가능한 군용기 같은 것을(이라크 파병시에도 많이 사용되었다던데) 활용해

구조대와 함께 물자를 동시에 최단시간에 수송할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있을까?

물론 군의 해외 파견은 국회동의 사항이지만, 요번에 보니 UN 요청에 의한 PKO 활동의 경우 국회 동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거기에 한 줄 추가해서 국제 재난 구조 활동도 하나 더하면 안될까?


119 국제 구조대분들.

먼 타지에서 정말 수고 많으신 걸 알지만, 그 수고가 사체위에 선 헛수고가 아니라

진짜 인명을 구하는 참된 노력의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그 노력을 뒷받침하는 지원 시스템이 선행적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