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으로 보는 2MB님의 대운하 운송비 이야기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때는 작년 여름, 유럽 여행을 할 때의 일이다.

프랑스 남부의 툴루즈에서 카르카손을 여행하는데...조그마한 개천이 하나 있었다.

좌우로 둑을 쌓아놓고 일자로 쭉 나있는 작은 개천..폭은 한 10~20미터쯤 되려나..

그런데 개천관리를 안하는지 다 썩어가는게 눈에 보인다.

그 개천 저기 너머에서 네댓 사람쯤이 타고 있는 작은 유람선 하나가 다가오는데..

작은 보의 수문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정말 신기한 광경을 봤는데 그냥 수문이 아니라 보를 넘어가는 엘리베이터였던 것~오..+_+

한 1,20분즘 지났을까..

1미터 남짓한 높이의 엘리베이터는 물을 천천히 채우더니 반대쪽 문을 열자 배는 비로소 다시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

알고보니 개천이 아니라 운하였던 것이다.

'le canal du midi'라는 17세기에 건설된 유럽의 대표적인 운하..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태어나 처음 본 이 운하는 내가 갖고 있던 운하라는 것에 대한 환상을 확~깨버렸다..-_-

운하라고 하면 수에즈 운하같이 거대한 스케일의 운하를 떠올렸는데..

이건 이뭐병..강물이 다 썩어가는 게 눈에 보이는 너무나 작은 규모의..

문화 유산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갖지못한채 죽어가는 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짧은 단상과 함께 잊혀졌던 운하가 다시 내 기억 속에서 살아난 이유는

당연히 2MB의 삽질때문이다..-_-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거~~대한 규모의 삽질을 시작하겠다는

대한토건주식회사 CEO 2MB 당선자께서는 하나로도 모자라 전라도, 충청도, 심지어는 북한까지 껴안는 초거대 삽질 프로젝트로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시니

한 3,400년 후쯤의 문화유산을 미리 만들겠다라는,

그것도 째째하게 하나둘도 아니고 국토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 분의 거대한 그릇과, 혜안이 실로 놀랍다 하겠다.


뭐 어쨌든 말이 되든 안되든 누가 쓰겠다고 하는 사람만 많으면 장땡 아닌가?

환경파괴, 부동산 투기 뭐 이런거도 신경써야 한다고?

우리나라의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2MB님을 왜 대통령으로 뽑았나?

경제를 살리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죽어가는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환경파괴나 부동산 투기 좀 하면 어떤가..

우리의 2MB 님도 도곡동 땅부터 시작해서 각종 투기와 위장 전입, 위장취업에 앞장서신 분인데 그까진 것들이 대수인가.

그래서 철저히 경제성에 기반해 운하를 분석토록 하려고 하니 환경 어쩌고 하실분들은 버로우 하시길..대운하의 경제성 분석이다 경제성 분석~!!



자 그럼 우리의 2MB 님께서 구상하시는 원대한 운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우선 트럭을 이용할 때 컨테이너 하나의 서울-부산 물류비는 50만원가량이다.

그런데 운하를 이용하면 10만원~20만원이면 충분하다.

고로 시간은 오래 걸리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통해 물동량을 확보할 수 있다

라는 것이 운하 건설론의 핵심이다.

여기에 대한 경제성 분석은 철저히 한나라당 주장에 따른 계산이며

계산에서 빠진 부분은 일반적인 비용계산으로 처리하려 하였으나 2MB님의 위대한 계획의 경제성에서 내가 차마 계산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까봐

경제성을 맞추기 위한 할인에 할인에 또 할인을 거듭할 것을 가정하였음을 미리 공지한다.

자 그럼 이제 시작~



이 경제성의 재분석은 간단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배가 회사 앞까지 들어와 주나요? +_+"



요 몇 달 새 업무상의 이유로 본인이 근무하는 연구소가 있는 용인과

본사가 있는 울산 사이에 열심히 2~3톤가량 되는 물건들을 오락가락 실어보내고 받고 했다.

물건들은 전부 5톤 트럭에 실려왔으며 당연히 door to door로..아니지..

울산의 공장안에서 용인의 시험동 안까지 (보통 트럭이 들어와서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설비가 공장들은 되어 있다) 들어와서 indoor to indoor 로 배달해준다.

그러면..배도 공장안으로 들어와서 배달해 주나요? +_+

당연히 캐무리??

그러면 어떻게 운하를 쓸 수 있나요?

트럭을 부른다 -> 트럭이 가까운 운하 화물 터미널까지 싣고 간다 -> 옮겨 싣는다 -> 부산까지 간다 -> 다시 트럭으로 옮겨 싣는다 -> 목적지까지 배달한다.

그럼 비용계산을 다시 해보자. 운하 비용은 10~20만원이랬다.

이 비용에 절대 트럭비용이 포함될 수는 없을 것이다.

순수 운하를 이용해 운송하는데 드는 비용이라고 보기로 하자.

즉 기름값 + 배 모는 사람 인건비 + 배삯 정도면 대충 맞을 듯 하다.

2톤의 물건을 용인에서 울산으로 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이 보통 20만원이 넘는다. 그러면 가까운 출발지에서 운하터미널로, 도착지 운하 터미널에서 목표지점으로 가는 트럭 비용은? 거리에 비례할까?

절대 아니다. 고정비라는 것이 있고, 옮겨 싣는데서 소요되는 시간역시 모두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트럭을 이용한 400km 떨어진 서울 부산간 컨테이너 1개 운송비가 50 만원이라면 터미널까지 운반비도 최소 10만원에서 20만원 이상도 들것이다.

그러면 이것만 간단히 따져도 비용은 다시 30~60만원으로 커진다.

그리고 또 있다. 화물 터미널 이용료라는 것이 붙을 것이다.

우리가 인천 공항을 이용할 경우 17,000원의 공항 이용료를 낸다.

뭐 한 것도 없는데 머리 하나당 이 가격이다.

컨테이너도 항구에서 화물선적 등에 따른 비용을 낸다.

THC(Terminal Handling Charge)라는 건데 일반적인 항만의 경우 이게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10만원 정도 한다.

이게 가는데서 한번 오는데서 한번 해서 두번 붙어서 20만원이 된다.

자..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면 그래 할인해줄게 10만원

그리고 또 뭐가 빠졌지?

아 그래..운하 건설비 통행료로 뽑는댔지? ;;

경부고속도로 승용차 통행료가 18000원 정도다..

운하는 얼마나 받으려나..민자고속도로는 통행료가 쫌 비싸던데..운하는? +_+

계산을 때려보자.

2MB가 말하던대로 운하가 졸라게 인기가 좋아서 물동량이 몰린다 치자.

운하를 100% 풀가동했을 때 물동량이 480만 TEU 정도 되겠다. (100% 한나라당 식 계산이고 한나라당 공식 발표이다. 딴지 걸지 말라)

계산하기 힘드니까 500만 TEU로 계산하자.

운하 건설비는 17조, 이중에 8조는 땅파서 나온 모래값으로 메우다고 하니 9조..

계산하기 힘드니 역시 간단하게 10조로 계산하자.

일반적으로 민자 사업은 20~30년간 운영 후 기부체납 방식이니 간단하게 20년 잡으면

10조/500만/20 = 10만원쯤 되겠다.

30년 운영해도 7만원쯤 되겠다. 물론 운하 관리비용, 건설비에 대한 이자비용 등등은 모조리 제외하고 순수하게 건설비에 대한 비용을 뽑는데 필요한 통행료다.

싸다 싸 10만원..

그래서 지금까지 계산한 비용이 50~80만원 정도 나왔다.

컨테이너 1개 운송비용이다.

자자..대폭 할인 시켜줄게..처음에 계산한 운하 비용에서 중복 계상이 있을 수 있으니 대충 운하 운송비 10~20만원에서 그냥 화끈하게 10만원 또 할인해줄게.

그러면 40~70만원쯤 되겠다.

트럭으로 컨테이너 1개 운송비가 50만원 정도랬다. 트럭으로 서울-부산 길어도 8시간이면 간다.

운하로 나르면 한나라당의 모든 가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할인에 할인에 또 할인을 해서 뽑은 컨테이너 1개 운송비가 40~70만원 정도 되겠다. 그리고 서울-부산 최고속으로 밟고, 또 한나라당 주장 그대로 받아들여서 25시간 걸려서 간다.

뭐 운하가 경제성 좀 없으면 어떤가..

경제를 살린다는데, 경제성 없는 운하 좀 파면 어때..

2MB 님 만세~~~



덧.

계산해놓고 보니 역시나 2MB님은 300년 후의 문화유산 창조에 관심이 있으신 듯?

곰곰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아는 운하나 몇개나 있나...

최근에 이야기 나오는 독일이나 플로리다 이런 거 말고 옛날부터 알고 있던 운하...

당연히 수에즈 운하, 그리고 좀더 많이 알면 파나마 운하 정도일 것이다.

이 운하들은 왜 유명한 걸까?

당연히 현대에도 운하의 가치가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며

현실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유이한 운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운하들의 특징은 딱 두개다.

이 운하가 없으면 최소 수천~만km는 돌아가야 한다라는 것.

그리고 대부분의 화물선이 그냥 이 운하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를 돌아 유럽 - 아시아 노선을 잇거나

남미를 돌아 아시아 - 미국동해안 노선을 잇거나..

아마 회사 사주나 선장이 돌지 않은 이상에는 이 운하를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아예 파나막스, 수에즈 막스 급이라는 표준화된 사이즈의 배가 전세계를 누비고 있고

이 놈들도 한꺼번에 약 50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들이기 때문에

굳이 바지선 이런데 쪼개 실을 필요도 없는 운하다.

그리고 화물선들의 크기가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에 맞춰서 운하들도

대대적으로 공사를 해서 점점 통과가능한 배의 크기도 늘려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위대하신 2MB 님께서 파겠다는 운하는?

겨우 200개쯤의 컨테이너를 실은 바지선(절대 화물선이 아니다 바지선이다;;)들이 다닐

길이 600km가 넘는 이 물길은 서울 부산 1000리길 400km를 200km나 늘려서 가는 길이며

100km 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와 300km로 달리는 철길을 두고 10~20km로 달릴 수 있는 뱃길을 뚫겠다는

어마어마한 계획이니 이쯤되면 그 공약의 어처구니없음이라는 면에서 차마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았던 허본좌의 유엔본부 이전공약이나 결혼 수당 1억 공약에 한 번 도전해볼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