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초임 삭감, 이젠 입사해도 손가락 빨기?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그 분께서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대졸 초임이 너무 많다고.

그래서 시범 케이스로 공기업 신입사원 초임이 줄줄이 삭감됐고

역시나 비지니스 후렌들리 하신 그 분의 취향에 딸랑거리며 대기업들이 오늘 줄줄이 임금 삭감을 발표했다.

당연히 왜 불쌍한 신입사원 연봉을 깍냐, 만만한게 신입이냐 등등등 온갖 말들이 많지만..

사실 대학다닐 때도 만만한 신입생들만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고 재학생은 소폭인상에 그치는 걸 보면 

만만한게 신입이므로 입아프게 그 이야기는 일단 뒤로 미뤄놓고 보자.

다만 한가지 조금 더 깊게 이야기를 들어가봐야 하지 않을까?

질문. 과연 신입사원들의 연봉은 많은 것일까?

가카께서 문제 삼은 신입사원의 평균연봉은 100인 이상 고용한 321곳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187만4천원(연봉 2천248만8천원)이고, 업무 능력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연봉은 161만4천원(연봉 1천936만8천원) 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카께서 생각하시는 정상적인 임금이란 1인당 GDP 대비 70%(일본)~90%(미국) 선이라고 하시니 대충 계산 때려보면

1700~1800만원선.)

그러면, 과연 월급 187만 4천원은 많은 것일까?

대충 봐도 처음에 바로 소득세, 국민연금, 의료보험 등이 대충 20만원 정도 빠진다.

계산 편하게 남는돈 대략 160만원

뭐 다양한 계산법이 있겠지만 이제 직장인인 사람들이니 더이상 부모님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는 걸 목표로 계산하자.

다만 좀 그지같이 살아갈 뿐이다.

서울기준으로 기본적으로 월세 30만원(전세, 혹은 고시원을 빼면 거의 최소일듯?) 빠지면 130

밥값을 3500*30*3 하면 대충 30만원 정도니 대략 남은건 100만원

교통비 900*30*2(이건 정말 최소다!!!) 6만원 정도니 남은건 94만원

기본적인 기타 유틸리티 비용으로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등등 미친척 아낀다고 치고 4만원 하면 이제 90만원 남았다.

뭐 따지자면 끝도 없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정말 먹고 자는 데만 드는 비용을 빼면 90이 남았다.

독립해서 살기 위한 최소 금액으로 살아가고 남은 돈.

자 우리 결혼해야지? 이 돈을 모아서 우리 결혼 자금을 모아볼까?

요즘같은 때 다행히도 취업재수 없이 취업을 했다고 보자.

남자면 대략 27~28세.

결혼을 대략 30~31세에 한다고 보고 3년간 모으려고 하면

한달에 90만원씩, 연 5% 이자에, 연 5%가량의 임금상승으로 보고 아주 잘 모으면 3년간 대략 3500~4000쯤 모으겠다.

이 돈으로는 아파트 전세는 아예 포기해야 할 거고, 대충 서울 어디 구석으로 가면 방 한칸짜리 전세를 구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후에, 생활은?

우리나라 도시 4인가구 최저 생계비용은 2009년 기준 132만6609원. (중소도시 거주, 젊은 가장, 가구원 모두 건강, 중고생 없음, 노인 없음, 장애인 없음이라는 훌륭한 기준이다)

ㅇ ㅏ. 그래도 한달에 30만원이 남겠구나?

그래서 그 30만원 깍는거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계산을 해볼까?

2월 현재까지 나의 지출을 한번 보자.

우선 세금과 연금, 의보 등 약 34만원

경조사 10만원

부모님 용돈 30만원

간단한 셔츠 3만원

친구들과 만나고, 집에 간간히 간식같은 거 사온 것들 다 해서 15만원 남짓

전화요금 3만5천원

교통비 약 10만원.

총계 약 105만원.

별로 쓴 것도 없는데 나간 것만 많다.

추석이다 뭐다 특별한 일이 생기면 비용은 더 들어간다.

회사에서 밥을 주고, 회사 출퇴근 버스를 타고, 또 부모님과 함께 생활해서 생활비가 적게 들어가도

조금 여유를 부리면서 살게 되면 이 정도 수준의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자...이제 다시 돌아가서 그 분과 그들이 제시한 161만4천원의 월급으로 생활을 준비해보자.

하루 하루 살아가야하고, 또 이제 조금 있으면 결혼도 해야한다.

그리고 아이가 나올 것이고, 그렇게 가정을 이루고 난 후.

생각만 해도 아득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안정적인 직장을 잡았거나

고소득의 전문직인 사람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 속에 속하지도, 혹은 집에 돈이 많지도 않으면서 임금삭감에 무감각한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며칠전은 공기업, 어제는 공무원, 그리고 오늘은 대기업의 신입사원 초임이 삭감되었다.

그 다음은 이제 누구 차례일까?

그 분이 당선되고, 비지니스 후렌들리한 정책을 외치더니

그게 곧 피플 언후렌들리한 정책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아마 그 분의 사전에 labor란 단어는 없을 듯 해서 people이라고 썼지만 사실 저 단어도 있을지는 미지수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고 하지만

좀 더 고통스러운 미래만 너무 눈에 보인다고 하면, 너무 과민반응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