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특별전, 비디오 광시곡 (Rhapsody in Video)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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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춘경이 형 개인전을 갔을 때, 춘경이 형이 친구들에게 챙겨준 초대권 몇 장.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걸 12월 29일에서야 깨달은 것도 문제지만

주말에 딱히 할 일도 없으면서도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괴로워하는 것도 문제였다.

결국 마지막 날이 12월 30일 오후 4시가 넘어서 느지막히 길을 나섰다.

여의도에 도착을 한건 거의 6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즈음이었고 칼바람이 위협한다...@_@

이런날 커플들이 붙어있는 전시회라니..당연히 나오기가 싫은거지..;;

들어가는 길에 음성 안내서를 대여했다.

2000원이라는 돈을 부담해야 하지만..나같은 문외한이 이런것도 없으면 그저

뭐 쳐다 보듯이 스쳐 지나기밖에 더하겠나라는 걸 잘 알기에 이런 건 이제 필수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 들어온 차비 + 입장료 (사실 이건 초대권이지만;;) + 들이는 시간을 생각하면 2000원은 큰돈이 아니라는 걸 항상 리마인드 시켜야 한다)

조용히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작품을 하나씩 돌기 시작한다.

(다행히 이어폰을 꽂은 덕에 옆의 커플들의 염장은 피할 수가 있다..;;)

어차피 잘 모르는 것들 이것저것 보다가 문득 마르셀 뒤상의 '샘' 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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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생긴놈. 변기에다 자기 사인하나 해 놓고 예술작품이라고 우겼다)


생각의 뒤집기라는...탁월한 대전제를 수립하는 능력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그런지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라는 거북이 같은 건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데

뒤에 걸린 TV를 이용한 화분, TV로 만든 샹들리에에만 계속 눈길이 간다.

우와..이런게 샹들리에가 될 수 있구나, 이런게 화분이 될 수 있구나..

그리고 한참을 샹들리에를 보다 목이 아파서야 시선을 돌리고

구석탱이 이상한 동굴(?)같은 곳에 들어갔을 때

거기에 조용히 서 있는 TV 한 대와 그 안에 들어있는 초 몇대가..

내 뒷통수를 아주 조용히 와서 쿵~하고 한 방을 날린다.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다 낡아빠진 TV의 껍데기만 있고 그 안에 불이 붙어 있는 실제의 초 몇개가 계속 타고 있다.

다른 작품들처럼 화려하게 화면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거대한 규모도 아닌데

그냥 그 자체로 완벽하다 라고 말 할 수 있을만큼의 감동을 준다..

그리고 마무리로 머리끝을 쭈뼜하게 만들어면서 마무리 시키는 건 한번쯤 이름은 들어보았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

1984년, 조지 오웰의 작품 1984를 기념(?)하며 만든 이 작품은

상상할 수 없는 백남준 선생의 스케일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세계의 모든 TV가 내 캔버스다 라고 외치는 것 같다고 할까..

아무리 대작 대작을 외쳐도 이거 한번 뜨면 닥치고 캐버로우..-_-;;

파리와 뉴욕을 연결하며 전세계를 생중계로 연결하면서 실시간으로 편집까지 했던 이 작품(?)은

정말이지..굉장하다라는 말밖는 할 말이 없다.

비디오 아트와, 행위 예술을 절묘하게 섞어서 전 세계의 TV를 자신이 캔버스로 만들어버리는...

이 작품을 끝내고 한 동안 사람들이

'굿모닝 미스터 백' 이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니 원래 순서상으로는 가장 처음이었겠지만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하나는 요셉 보이스 로봇이었다.

개인적으로 로봇을 하는 사람으로서, ㅇ ㅏ 이런 것도 로봇이로구나 하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재기넘침과

중절모와 함께 유머러스하게 표현된 요셉 보이스의 모습에서

우와..정말 좋은 친구였구나 라는 것이 절절히 마음 속까지 파고들며 느껴진다.

어쨌거나 그래서 오늘의 기행은 성공이다.

예술의 문외한이 이렇게 전시회에서 어떤 감동을 얻기도 쉽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쳐다봐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_-;;)

이렇게 많은 것들을 느끼고 오다니..

한마디로 줄이자면

우왕ㅋ굳ㅋ?


ps. 12월 30일 마지막 전시를 본 까닭에 보러 가라는 말은 할 수가 없으므로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