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쑈' 과 관련된 두 가지 이야기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이소연씨가 무사히 관광을 마치고 왔다.

260억짜리 관광은 100억원을 들인 생방송으로 포장되었고 그 결과는 참담한 시청률로 돌아왔다.

뭐..늘 그렇듯이 쑈를 하라~쇼~를 외치는데

이번 쇼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알랑가 모를랑가..

그냥 이번 쑈~와 관련해 하나의 이야기와 하나의 의문을 말하고 싶어서 글을 또 쓴다.

하나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는 이야기.

2002년 한국 항공계는 흥분에 들떴었다. 아닌게 아니라 한국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 T-50의 초도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이게 왠일..한국 항공계에서는 획기적인 전기라고 할 이 소식이 9시 뉴스에는 명함조차 못내밀고, 신문 한켠에 지나가는 뉴스로 실리는 정도에 그친 것이다.

ㅇ ㅏ..항공계의 허탈감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넘어가고 KAI나 ADD, 항우연 등의 관계자들도 그냥 쐬주 한 잔으로 울분을 달래는 수밖엔..

그리고 2008년 또다시 한국 항공계에 획기적인 전기가 열리는데 KSLV-1, 즉 한국형 로켓을 이용한 자력 위성 발사이다.

그런데..이 아저씨들이 2002년에 한번 뼈저리게, 너무 뼈저리게 당해봐서일까..이제 쇼를 하기로 한다.

바람잡이라고도 할 수 있고, 여론 몰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쨌든 나를 좀 쳐다봐줘요~라는 처절한 몸부림과도 비슷했다.

이게 마음먹은게 2004년이다. 때마침 불어닥친 이공계 위기와, 또 때아닌 황우석 신드롬에

과학계는 정치하시는 분들과도 쿵짝을 어떻게 만들어가게 되는데,

국민의 눈을 멀게 하려면 3S라고 했던가..

Sport, Sex, Screen이라고 알았던 거 같은데..또하나 Science도 거기에 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냉전시대, 우주 경쟁으로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이라는 초거대 쇼를 기획했던 미국처럼

우리도 이제 과학을 가지고 거대한 쇼를 한번 기획해 보려고 한 것이다.

물론 안타깝게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던 그 순간과 같은

닐 암스트롱이 '내겐 비록 작은 한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한 걸음이다' 라고 외쳤던

그런 감동도 없이

그저 속물근성에 가득찬 것이 눈에 철철 넘치는 속물들의 쇼로 끝나고 말았지만..

(뭐 대통령부터 내리 속물근성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이번 쇼의 시작은 그렇다 하겠다.

2002년 T-50 바람몰이의 실패와 2008년 KSLV-1에 대한 위기 의식.

바람몰이를 위한 쑈~~


두번째 이야기. 또하나의 의문

고산은 왜 탈락했을까?

뭐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비행 매뉴얼을 복사하다 발각되어 퇴소 처분을 받았다.

물론 개인적인 호기심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누가 믿나?

그래서 다들 추측해본다. 이게 다~xxx 때문이라고...

고산이 머리에 총맞지 않은 이상 윗선에서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앞서 쇼를 하라~쇼를 외쳤지만..아무리 그래도 쇼를 위해 260억을 쏟아부을 정도로 정신 나간 관료나

정신나간 엔지니어, 과학자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개발하다 보면, 항상 '절차', 즉 프로세스라는 것이 중요해진다.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선진사, 혹은 선진국에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기술을 점검하는가 라는 것만 알아도

실제 기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점검을 해야 하는 것인가 부터

(이런 것이 진짜 기초 기술과, 경험,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가 필요한 부분이다)

심지어는 걔네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라는 간단한 리버스 엔지니어링까지 가능한 것이 바로

이 프로세스 습득이다.

흔히 어깨너머로 배운다 라는 것도 이 프로세스의 습득과 관련된 것이고

이왕 돈을 쓰는 목적 역시 이 프로세스를 습득하기 위한 것에도 둘 수밖에 없다.

전기세 450만원을 못내서 실험실 문을 닫는 곳이 있는 나라가 아직 대한민국이다.

260억이란 돈은 적은 돈이 아니다.

아무리 정신이 나갔어도 거기에다 돈을 쏟아부으면, 쏟아부은데 대한 output은 있어야 한다는 건..가난에 쪼들리며 연구해온 이 나라 연구자들이면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우주 기술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맨땅에 헤딩을 하고 돈을 때려박아가며 혹은 뿌려가며

일구어야 하는 게 우주 기술이다.

(한 때 NASA의 예산이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2배가 넘던 시절도 있었다)

쑈를 하라 쑈~를 외쳤지만

그래도 한줄기 기대는 정신이 똑바로 박힌 우리나라의 많은 연구자들이

(개인적으로 항우연에 아는 사람들도 꽤 많아서..;;)

260억이란 돈을 공중에 뿌리지는 않았을 거라는 믿음이다.


두가지 이야기를 참 쓸데 없이 길게 쓴 거 같긴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주인 쑈~도 끝났다.

쑈는 끝났지만 진짜 감동은 남아있다.

올해 말 있을 KSLV-1의 발사를 기대하면서 이만 글을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