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야기 둘 - 삶의 팍팍함에 관하여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대선을 맞이해서 온갖가지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것이 公約이 될지 空約이 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나, 여하간에 많은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역시나 모든 후보들이 가장 많이들 신경쓰는 대목은 경제와 관련된 공약이다.

망가진 경제 xxx가 살리겠습니다.
연간 7% 성장
일자리 500만개 창출 등등

이래 저래 말들은 많습니다만..왠지 팍 와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문득 그런 의문이 든다.
지금 경제가 그렇게 안좋나?
IMF보다 살기 힘들다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매일같이 터져나오는데
연 5%가 넘는 경제성장, 3%대 실업률 등등 지표상으로는 그다지 나빠보이지 않는다.
뭐 이제 올해 국민소득 2만달러 돌파는 기정사실화 된 듯 한데 말야...

그런데 왜 이리 우리에게 와닿는 삶은 힘든걸까?
무언가 나아진 듯도 한데 와닿는게 다르니 도대체 어찌된 노릇인걸까?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입시지옥을 경험한다.
이 놈의 입시지옥이라는 말은 수십년은 됨직한 놈이어서 익숙해질만도 한데
해마다 바뀌는 입시 정책은 학생들을 입시지옥에서 풀어주기는 커녕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결국 나오는 것이 사교육이다.
예전에는 사교육이라고 해봐야 중,고등학교에 가서야 하는 것으로 알았고
그래봐야 학원정도였다.
물론 서울 지역 일부는 예외였겠지만..

그러다가 점점 과외가 대중화되고 저연령화 되었다.
학원으로 다시 과외로..불쌍한 이 땅의 학생들은 머리털을 쥐어짜본들 이 지옥에서 벗어날 재간은 없어보인다.
점점 더 그 지옥에 빠지는 나이가 어려지고 그 깊이가 더욱 깊어질 뿐..

그 뿐인가?
사교육비를 대는 부모들의 허리는 휘어진다.
휘어지다 못해 부러질 지경에 이른 부모들..

이 지옥에서 아이나마 탈출시키고픈 부모들, 혹은 지옥을 건너뛰어 출세의 지름길을 택한 부모들은 아이를 외국에 내보낸다.

그런데 어쩌나..
애들을 먹여살리려면 돈은 벌어야지.
그러다보니 기러기 아빠들이 양산된다.

가족이 함께 있어야 가족인데, 함께 밥을 먹어야 식구인데..
1년에 한번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말까한 가족들은 이제 아스라히 멀어져가고
마지막 기댈 곳이 되어야 할 가정이,
돌아가야할 집들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지옥을 뚫고 대학생이 되면 좋을까?
천만에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대학은 이미 상아탑에서 멀어진지 오래요, 취업을 위한 예비기관화 되어가고 있다.
별도로 운영되는 고시반, 도서관에서 공무원 수험서와 씨름하는 학생들..
SSAT가 쌓인 책상은 이미 지나치게 와닿는 현실이 되었다.

1,2학년 때는 놀아야지라는 말은 옛말이고
학점관리, 인턴을 통한 경력관리, 어학 연수 등등 방학이 되어도 쉴 틈없이 빠져들어야 사회 첫발을 내딛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사회에 첫 발을 엄청나게 다행히 무사하게 내밀었다고 하면 끝일까?
이제 시작이다.
끝도 없는 무한 경쟁
온 종일 시달리다가 몸은 녹초가 되었는데
칼퇴근이나마 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요즘 그런 곳 찾기가 어디 쉽던가..

밤 9시, 10시가 넘어 퇴근길에 집으로 돌아가 쉬지도 못하고 오늘도 영어학원이다 무슨 학원이다..
자기계발이라는 미명하게 죽어나는 직장인들...
그러다가 밀리면 이제는 끝이다.
나이 40대 혹은 50대에 밀려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의 아이들을 보면, 그들은 다시 한 번 입시지옥을 돌고 돌아 다시 이 고단한 삶을 반복하겠지.
한숨만 나오는가?
천만에...저렇게라도 살 수 있으면 다행이다

청년실업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세상에 사회에 첫발 내딛기마저도 쉽지도 않고
대학에 가는 것도 딱히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아니 사교육을 받을 수조차 없는 가정환경의 청소년들도 널리고 널렸다.

하루하루 숨쉬고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쫓아쫓아 가더라도 나의 내일은 오늘과 같은 쳇바퀴 속일 수도 있다.

우리네 삶은 이미 숨조차 쉴 수 없는 경쟁 속으로 몰려나와 팍팍함이 극에 달하고 있는데도
많은 대선 주자들은 - 특히나 유력한 후보들은 - 우리들을 살 맛나게 만들어주기 위해 각 부분에 경쟁을 도입하겠다며 외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언가 아이러니가 아닐까??

책상 위 수치 속의 경제는 우리 피부에 와닿는 행복이 아니다.
5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본들, 그 자리들이 비정규직, 일용직과 같은 흔히 이야기 하는 저급의 일자리라면
여전히 우리에게 와닿는 실업률은 수치상의 실업률과는 괴리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국제화되어도 나 홀로 남아 해외의 가족들에게 돈을 부치는 기러기가 된다면
나의 외로움은 어떤 수치로 표현을 해줄 것인가?

우리는 한 가지를 착각하고 있다.

성공은 행복이 아니다.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에 우리는 현재의 행복을 내다버리고 있고
대선 후보들도 함께 착각해 우리의 미래의 행복까지도 함께 내던지겠다는 공약들을 너도나도 내걸고 있다.

그 정책들이 실현되고 나면 행복해질까?
우리네 이 팍팍한 삶이 나아질까?

한가지는 안다.
옆을 보지 못한 채 앞만보고 달리는 경주마는 1등은 할 수 있으되 결코 행복하지 않다.

누구 한 명, 국민 여러분의 팍팍한 삶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라는 공약을 내거는 후보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