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오간 아이에 대한 이야기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회사 사람들과 어제 있었던 술자리에서

아이들과 가족에 대해 오고간 이야기들.

전부 들은 이야기.


1. 

내 장인 심정을 이제 알 것 같아요.

내 딸이 갑자기 남자친구라고 데려오면 막 때려팰 것 같아요.

이래서 나중에 크면 시집을 어떻게 보내.

- 초등학교 6학년짜리 딸을 둔 어느 과장님


2. 

난 내 딸이 남자친구라고 누굴 데려올까 정말 궁금해요.

지금 같아서는 막 기쁠 것 같아요.

그래서 사춘기가 있는 것 같아요.

부모랑 자식이랑 정 떼라고.

-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어느 차장님.


3. 

우리 사무실에 독일 엔지니어 하나가 자기 방에 별 이상한 그림을 막 붙이는 거에요.

이건 뭐 애들 낙서 같은데 이게 미쳤나 싶어서 도대체 이게 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막 즐거워 하면서

이건 우리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그린 그림 (그림이 아니라 사실 낙서겠지)

이건 우리 아이가 처음 그린 아빠 얼굴 (동그라미에 작대기 몇개면 아빠냐)

이건 우리 아이가 몇살 때 그린..이건 또 몇살 때 그린..

그러면서 이야길 하는거에요.

그제서야 아..하고 이해를 했죠.

그런데, 뭐 나는 내 개인 사무실이 없기도 하지만

내 책상 앞에라도 그런 거 붙일 수 있겠어요?

붙여 놓으면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생각해서라도 못해요.

그리고 생각해보면, 우린 애들 어렸을 때부터 그런거 모으지도 않잖아요.

그냥 버리고, 또 버리고..

가끔은, 애들한테 미안해요.

- 1번의 그 과장님

4. 

독일은 오후 3시면 다 퇴근을 해요.

시내 상가에는 3시부터 사람들이 가족들끼리 쇼핑하고 친구들을 만나곤 해요.

그리고 6시가 넘어가면 다들 가족과 함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절대 못그러잖아요?

그런데 그게 회사 탓할 것도 못되요.

생각해봐요.

우리 같으면 회사에서

그래 좋아 3시에 보내줄게 대신에 연봉에서 천만원 깐다

라고 하면 누가 3시까지 있을거 같아요, 솔직히.

천만원 더 받으려고 다 남아있지.

근데, 걔들은 달라요.

걔들은 그냥 3시에 퇴근하는 걸 선택하는 애들이에요.

걔들이랑 우리는, 그게 달라요.

- 또, 1번의 그 과장님.


5. 

그런데 사실, 3시에 퇴근하면 뭐해요.

집에 가면 뭐할 건데.

난 내가 은퇴한 후가 겁나요.

지금도 집에 가봐야 마누라한테 맨 바가지만 긁히고 그럴텐데.

할 것도 없자나.

그러니까 남자들은 맨날 술이나 먹고 당구나 치고 그러고 있지.

- 이제 곧 쌍둥이 아빠가 될 어느 과장님



정말 가감없는 대화들.

조금만 더 지나,

내가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키우며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겠지?

사춘기에 부모와 자식의 정을 뗀다는 차장님 말이 가슴에 와서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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