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를 내다 버리다.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경제가 힘드네 어쩌네 말들이 무지하게 많아지더니..결국 정부가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민영화, 구조조정, 인력감축 이런 말들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MB 정부가 아니던가..

구조조정의 태풍은 과학기술계도 피해갈 수 없는 지엄한 Rat 님의 지상 명령인지라

드디어 국책 연구소에도 상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이제 드디어..철 밥그릇 국책연구소 아저씨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는 때가 된 것일까?



원래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제일 만만한게 R&D인 법이다.

우리회사에서도 항상 사업부에서는 연구소를 욕한다.

돈도 못벌어 오는 인간들이 맨날 돈 내놓으라고 지랄한다고 돈만 축내는 식충이들이라고..

그러다보니 연구소는 늘 사업부의 을(乙)이 되서 늘상 사업부에 굽신굽신..

그래도 돈을 잘 벌 때는 좀 낫다.

미래를 위한 투자니, 뭐니 하면서 거창한 말을 갖다 붙여놓을 때도 많고..

하지만..돈이 없어지면 어쩔건데?

당장에 돈을 못버는 조직은 도태되기 마련이고, 연구소같이 돈을 잡아먹는 조직들은 과감히 버려야지.

그게 우리 Rat 님의 시장경제 아니시던가?

애초에 삽질의 미학을 잘 아시기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과기부를 폐지하시고

IT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통부를 폐지하셨으니

이젠 국책 연구소도 폐지할 때가 되어 가는 거다.



그런데..묘하게..10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IMF 감원 폭풍에서 가장 먼저 스러져갔던 전국의 연구 인력들..

서울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국책 연구소에 있던 친구가 정수기를 팔러왔더라는 씁쓸한 교수님의 이야기...

그리고 그 후로 어떻게 됐던가..

유학을 나가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국내에 돌아오겠다는 사람은 해마다 줄어드는데...

그거..누가 그랬을까?

2000년대 들어서 몰아친 이공계 위기..

그거 누가 그랬을까?



내가 입학할 때 천명도 훨씬 넘었던 공대 정원이 2004년 당시 내 기억에 750~800명까지 우리학교 공대 정원이 감축되었는데 그 해에만 약 70명의 공대생들이 자퇴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나마도..단언컨데..흔히 빅3 공대라고 하는 서울대/포항공대/카이스트 졸업생 중

산업 현장에 뛰어들어 전공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졸업자의 50% 를 넘기 힘들걸...

금융 등 경영 분야 부터 각종 고시, 변리사 같은 각종 자격증, 각종 의치학 전문대학원과 한의대로

진로를 바꾼 사람들이 당장 내 옆에만 너무나 넘쳐나는데...

최소 4년 이상을, 이 나라가 제공가능한 최고의 고등교육을 받은 그 고급 인력들이

왜 그들이 고심하고 좋아해서 왔던 길마저도 뒤로 돌아서서 떠나야 했을까?

제발..등떠밀지 말자..

오라고 불러모아도 모자랄 판에

어렵게 고민해서, 그리고 어려운 공부 하면서 힘들게 길가고 있던 사람들 나가라고 등떠밀지는 말자..



저렇게 자르고 자르면..저 사람들만 자르는게 아니라고..

지금 공대를 갈까 고민하는 꿈많은 초중고딩들..대학생, 대학원생들..

또 뿔뿔이 흩어져 가는 수밖에는..

그리고 또다시 이공계 위기라는 말들이 나오고..

또다시 되지도 않는 이공계 장학금이니 뭐니 하는 땜빵 정책들로 도배하고 애들 낚시하고

그렇게 왔더니 낚였구나라는 걸 깨닿고 또다시 등떠밀려 다른 길로 나서거나

그래도 나 하는 일이 너무 잼있어서 어찌 떠나지도 못하는 사람들은 고향을 등지고 먼 타국땅으로 쫓겨나겠지..



예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 옛날에 아직 보릿고개라는 게 있던 시절에..보릿고개에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사람들이 굶어 죽네 마네라고 한다고 해도

볍씨는 끝끝내 먹지 않고 지켜 다음 가을을 기다렸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아직 먹을게 있는 듯도 한데 볍씨로 밥을 해먹는 것도 모자라 볍씨를 그냥 덥썩 내다 버리려고 하니?

나라를 그렇게 말아먹고도..또 배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