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권력이다.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나는 업무상, 이래저래 종종 외국인들을 만날 일이 많다.

그러다 보면 자주 쓰게 되는 게 결국 영어인데

영어로 글을 쓰고, 이야기를 듣고 말을 하는데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니

이 정도면 소위 말하는 영어에 기죽을 일은 없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내가 머리털 나고 처음 해외를 나가본건 불과 재작년이고

나는 영어 알파벳을 중학교 1학년 들어가고서야 배웠으니 조기교육따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발음은 뭐 못들어줄 정도는 아니지만 내 영어는 홍대 주변에서 보이는 사람들처럼 fluent한 영어는 아니다.



내가 외국인을 만나는 건 대부분이 non-native 이다.

프랑스 사람, 중국사람, 일본 사람..

그런 사람들을 만나보면 쓰는 영어 수준은 다 거기서 거기다.

내 영어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서로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 비지니스 영어는 여기까지만 하면 된다.

어차피 우리는 외국인이다.

우리가 영어를 native처럼 쓸 필요는 없다.

필요한 수준의 영어, 그 정도면 족하다.

한국에 사는 100만의 외국인 중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쓰는 외국인은 얼마나 되는가.

그런데 왜 우리는 어학연수다, 조기 유학이다 뭐다 하며 목숨을 걸고

native와 같은 영어를 쓰려고 하는가.

아니 사실 native와 같은 영어도 아니다.

완벽한 '미국식' 영어에 목숨을 건다.


우습지 않은가?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하면 못알아듣고 어륀지라고 하면 알아듣는다고?

영국에 가봐라. 거기는 뭐라고 하나.

호주에서는, 또 인도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은 아예 영어를 쓸 때도 어지간한 단어는 다 그냥 프랑스 식으로 읽는다.

infant를 그들은 앙팡이라고 읽는다.

하지만,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미국식 영어에 목숨을 거나.


우리가 미국 영어에 목숨을 거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밖에 생각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미국식 영어는 곧 권력이다.

나의 교양의 척도이자 사회적 계층을 나타내는 것.

대한민국의 60년 역사의 애증의 대상

United States of America.

그들의 말 영어.

American English이다.

British English를 아무리 잘써본들, 우리는 대부분 피식 웃을 것이다.

하지만 해리 포터는 해리 포러가 아니라 해리 포타~가 오리지날 잉글리쉬가 아니던가.

영국인들이 교양없다고 비웃는 미국식 영어(꽤 많은 유럽국가들도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미국식 영어는 교양이자, 계층이자, 권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 영어에 목숨을 건다.

나의 꼬부라진 혀.

그것은 나를 밖으로 드러내주는 숨은 권력이다.

꼬부라진 혀를 위해, 혀를 늘리는 수술을 하고

그것은 다시 미국에서 해외토픽으로 실릴 뿐이다.


대통령까지 앞장 서는 영어 열풍. 

대한민국의 삐뚤어진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