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나는 용과 돈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를 계발하여 성공한 경우를 흔히 일컫는 말인데

우리같은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하여 서울대에 합격하거나 각종 고시에 합격하는 경우

흔히 사회면의 미담과 같이 한쪽을 장식하는 경우에 흔히 이런 말을 한다.

그럼 다시 한 번 쳐다보자.

지금,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이 가능할까?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를 가정해 내가 좋아하는 '계산'에 한 번 돌입해보기로 한다.

즉, 부모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어떤 학생이 '서울대'에 입학해 1년을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대략적인 계산이다.


1. 비용

우선 등록금, 가장 싼 인문계열 신입생의 경우 2008년 기준(2009년에도 변동없음) 입학금 포함 278만원, 2학기 260만원이다.

연간 총 538만원(물론 공대 등은 자연계열은 등록금이 훨씬 많다.)

방 값. 집안의 지원이 없으므로 목돈이 필요한 전세, 보증금이 없는 경우 월세 기준 (신림동, 봉천동 기준)

고시원 약 25만원

원룸 약 45만원

연간 약 300~540만원

식대. 가장 싼 서울대 학생회관 기준 1식 1800원, 기타 교내식당 2500~3500원

교외 식당은 비싸므로 하루 세끼를 모두 학교에서 해결한다고 가정할 경우

월 평균 162,000~315,000원

연간 200~380만원

교통비는 등교시 학교 셔틀만을 이용한다고 가정하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위해 1일 1,800원 

연간 약 657,000원

기타 용돈 소요를 최대한 억제하여 월 10만원, 연기준 120만원

토털 최소 1200~162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과별로 위 금액에 추가비용이 필요할 수 있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비용이 위와 같은 것이다.


2. 수입

자 이제 위의 금액을 '학생'이 벌 수 있는가에 대해 추가적인 고민을 시작해보자.

뭐 각종 알바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학업을 병행하며 알바를 하는 경우 위의 금액을 벌 수 있다라고 누가 물으면

일단 웃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쌍싸다구 연타를 날려준다.

알바 시급 4,000원 하루에 현실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저녁 6시~11시까지 하루 5시간 꼬박 일해서 버는 돈이 2만원

주말에 5시간씩 더한다 치고 월 5*8 = 40시간 추가하면

열심히 뛰어서 벌 수 있는 돈이 75만원 정도.

이 돈 벌려면 이제 학업은 포기하면된다.

그래도 여전히 위의 금액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다.

돈은 버리고, 학업도 버리고, 몸도 버리면 되는 딱 좋은 케이스..-_-


현실적으로 서울대생의 가장 큰 수입원은 과외다.

현재 주 2회 회당 2시간 기준 서울대 생의 일반적인 과외비는 약 30~40만원

본인의 경험 과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인간관계와 학업 병행을 위해(즉, 학점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가능한 병행 유지 가능한 과외는 최대 2개.

월 60~80만원

또한 방학기간 중에는 고향에서 순회강연을 2달동안 집중적으로 뛰어 약 3~500만원 가량의 수입도 가능하다.

이상에서 학업을 유지하면서 가능한 수입은 연간

780~1640 만원 정도 되겠다.

이 수치는 물론 이론상 가능한 모든 과외를 쉬지 않고 뛴다라는 가정에 의한 것이며

과외를 잡기 어려운 신입생에게는 사실 의미없는 이론상의 수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결론.

죽도록 하면 이론상 가능은 아슬아슬하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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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이런 쓸데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등록금이 결코 비싸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어떤 아저씨들이

탁상공론조차도 해보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떠들었다라는 증명이다.

위 계산에서 나는 '국립대학+인문계열'이라 싼 등록금과

차마 밖에서는 밥을 사먹을 생각도 못하고 학교밥만 먹으며 고시원에 살 경우

다른 알바는 생각도 못하고

그나마 서울대생이라 가능한 과외를 목에 찰 때까지 아슬아슬,

그리고 방학 때는 죽도록 그리고 쉬지 않고 뛰는 경우에

겨우 겨우 학업이 가능하다는 걸 보였다.

즉, 위의 가정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는 경우에는

자기의 돈으로 벌어서 학교를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

용이 되다가 조금 모자라서 연대 혹은 고대로 가면 어떻게 될까?

당장 저기 생활비 항목과 등록금 항목이 미친듯이 뛰어오르게 된다.

신촌의 방세와 봉천동의 방세, 연대와 서울대의 등록금.

이게 거의 1.5배~2배는 될 걸?


과외비 40만원은 내가 입학했을 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고

교수님들이 입학했을 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등록금은 내가 입학했을 때보다 2배 가깝게 올랐고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는 약 10배에 가깝게 올랐다.

생활비도 마찬가지.


점점, 현실에서 개천에서 나는 용은 등을 떠밀린다.

학벌만이 거의 유일한 신분상승의 통로인 사회에서

애초에 신분이 안된다는 이유로 그 통로가 막히고 있다.


이건 곧 우리사회가 점점 경직되고, 건강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증빙과도 같다.

혹자는 자신의, 그리고 자기 자식의 기득권 유지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환영할지도 모르겠으나

사회 전체의 자원활용이라는 면이나

사회 구성원간의 연대감과 같은 기타 비경제적인 면까지 고려해볼 때

장기적으로는 사회 존립의 위기를 부르는 시초가 될 수도 있다.



ps. 딴 소리 한 번

우리도 유럽처럼 무상고등교육은 불가능할까?

꽤 허황된 듯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소요 예산을 계산해보면 아래와 같다.

전국 대학생수 약 180만명, 이중 사립대가 75%, 국립대가 25%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2008년 기준 국공립대 평균 등록금은 417만원, 사립대는 738만원이다.

이상을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연간 소요 예산은

180*0.25*417+180*0.75*738 (억원) = 11조 8400억.

가량이다.


이 금액은 등록금 기준이며,

실제 장학금 등에 의해 현재도 지급되고 있는 규모를 제하면 10조원 이하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지만 2008년 현재 900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2009년 예산안 기준 273조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 규모를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는 액수일 수도 있다.

당장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부자감세만 해도 5년간 35조원의 감세가 예정되어 있으니

이것만 중단해도 예산의 70%는 확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산을 논하며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그냥 탁상에서 계산조차 해볼 생각도 없는 자신들의 의지 부족의 표현이거나

혹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교육계 내의 돈과 권력의 상호관계로 인한 불가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사알짝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