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살아가는 이야기/남이 사는 이야기 2010. 3. 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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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과외를 다니다보면 참 많은 종류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늘 부모님들이 하는 말은 똑같다.
'아유..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아직 좋은 선생님을 못만나서..'
과연 그럴까? 학부모들의 이 생각을 뒤엎어 보려고 한다.
애들은 선생하기 나름에 앞서 부모하기 나름이다 라는 것.
모든 부모님들은 그걸 알아두셨으면 좋겠다.
1. 소개
나는 지방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를나왔다.
학원은 중2, 중3 때 몇달씩 영수 단과 학원을 다녀본 경험이 전부.
고등학교 때는 학원은 커녕 그 흔한 학습지도 거의 안풀어봤다.
교과서보다 많이 팔린다는 수학의 정석도 사 본적 없었고
맨투맨 영어 뭐 그런 것도 본적이 없었다.
저런 건 다 그냥 대학 와서 애들 가르치려고 샀을 뿐.
고등학교 때 주로 푼 건, 말그대로 교과서 + 수업 부교재용 문제집
그래도 다 되더라.
과외 없어도, 학원이 없어도..
'공부의 신'이라는 타이틀로 나왔었던 그 친구보다 쪼끔 더 수능을 잘봤고
S 대에 별탈없이 입학하고 졸업했다.
공부는 돈으로 하는 건 아니더라.
2. 놀기
요즘 애들 참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예전에 과외를 다녀볼 때면 늘 느끼는 건데
부모들의 닥달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고
거기에 못버틴 아이들은 학원에 과외에 또 뭐에 뭐에
눈코뜰새 없이 시달린다.
그런데 사실 입시는 마라톤이 아니다.
쉬엄쉬엄 해야지.
죽어라 달리면 달릴 수록 지쳐갈 뿐.
특히나 초등학교 이럴 때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즐겁게 놀아도 된다.
그 때 아무리 열심히 해본들 말짱 황이다.
물론 나중에 하기 위한 기초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초는 공부 하는 걸로 쌓는 기초는 아니다.
애들 공부하라고 시키면 시킬수록 공부에 대한 거부감만 생길 뿐.
흔히 말하는 나쁜 애들하고 얽혀서 노는 것만 아니면
마구 놀게 해도 아무 탈 없다.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다가 집에 들어와서 저녁만 먹으면 되지 뭘.
3. 책읽기
요즘 애들은 장난감들의 홍수 속에 빠져 사는 것 같다.
무슨 창의력을 키워주는 장난감들은 또 왜그리 많은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고전'이라는 게 있다.
아이들 상상력을 키우는 고전은 '책'이다.
책보다 좋은 장난감도, 책보다 좋은 교육자료도
세상 어디에 없다.
요즘 애들 장난감은 4,5만원은 훌쩍 넘더라.
그런 것 말고 애들에게 책을 선물하자.
엊그제 셜록홈즈 전집을 샀는데 3만원이면 8권짜리 전집을 살 수 있더라.
4. 습관
책읽는 습관이라는 게 참 중요하다.
내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S대 출신이긴 하지만
내 방에도, 그리고 선배방 친구방 가릴 것 없이
늘 책장 빽빽히 책이 꽃혀있다.
게임하는 틈틈이 놀러다니는 틈틈이 늘 책을 본다.
그리고 안보는 책이라도 계속 산다.
사 놓으면 언젠가는 본다.
책읽는 건 습관이라는 거.
애들 방에 산더미 만큼 책을 쌓아주자.
컴퓨터를 치우고, TV도 치우고.
5. 부모의 태도
요즘 한참 이슈 중 하나가
'있는 놈 자식이 공부도 잘하더라' 내지는
'개천에서 용 못난다'
아니던가.
하지만 사실은 있는 집 부모가 잘해서 그런 것이지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과외를 하러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외를 끝내고 방에서 나오면
학부모의 대부분은
1. 거실 쇼파에서 책을 보고 있는 경우
2. TV 드라마를 깔깔대며 보는 경우
3.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경우
4. 남편과 싸우는 경우
5. 일하러 다닌다고 아예 없는 경우
6. 일하는 건 아닌데 아줌마들하고 놀러다니느라 아예 없는 경우
7. 좀 특이하지만 과외선생 있건 말건 전화상으로 매일 푸닥거리하고 있는 경우
중 하나를 하고 있다.
물론 항상 한가지 경우만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한가지를 50% 이상의 확률로 하고 있다.
이 경우 중에서 애들이 공부를 가장 잘하는 경우는 당연히 1번이다.
애들이 책을 사다줘도 책을 안읽는다고?
애들이 놀기만 좋아한다고?
애들이 맨날 TV만 보고 그런다고?
이게 다 부모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애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6. 함께 읽기
이제 본론 겸 결론이다.
당신은 하루에 책을 얼마나 읽는가?
아이들과 함께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아이들 앞에서 책읽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으로, 도서관으로 함께 다니는가?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그대로를 따라한다.
있는 집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돈을 들이부어서가 아니라
그 집 부모들이 대개 책을 보는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의 예를 들어볼까?
나는 아버지는 지방 말단 공무원에 어머니는 미용실을 하셨다.
그러다보니 맨날 낮에는 산이고 들이고 막 뛰어 다니고 공부따위 맘먹고 해본적이 없었다.
알파벳을 중학교 가서 처음 배웠으니 할 말 다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집에 있을 땐 늘 책을 읽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밖에 나갈 수 없었으니 집에 앉아 있을 땐 늘 어머니와 같이 책을 읽었다.
주말이면 어머니 손 붙잡고 근처 시립 도서관이나 시에서 운영하는 이동 도서관 같은데 가서
책을 빌려다가 엄마 옆에 앉아서 늘 같이 읽었다.
딱히 별다른 장난감도 없었으니 친구들이랑 어디 놀러갈 일이 없을 땐 늘 책을 읽었다.
7. 결론.
결론은 '책'이고 부모가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하니까 그냥 따라서 읽는
그래서 그냥 습관이 되어버린 '책'
이다.
이 습관만 있으면 입시의 90%는 끝났다고 봐도 좋으련만.
상당수 부모는 애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자기는 TV를 보거나 전화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한다.
그래서 공부는 '강요'가 되고
강요된 공부는 거부감을 낳고 만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소를 우물가로 데려갈 순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맨날 애들을 강제로 우물가로 혼자 보내서는
결국 우물가 가는 것도 싫어하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함께 가서 시원한 물을 먹고 오는 소풍으로 느끼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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