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그 부조리의 세계.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0. 

내가 6시에 퇴근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주말은 늘 그냥 집에서 뒹군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모든 이들이 하는 말

- 엔지니어가 그런게 가능하단 말야?

- 니가 회사때려칠 작정인게로구나

- 니네 회사 자리없냐?

사실 회사와의 고용계약은 하루 8시간 근무, 주 40시간 기준으로 되어 있을텐데

어째서 우리는 야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주말출근을 감내하며

월화수목금금금 세븐일레븐이란 자조속에 살아야하는 걸까?


1. 

야근이 잦은 회사의 첫번째 유형

'일이 너무 많다'

일이 너무 많아서 미쳐버릴 것 같다는 어느 선배의 푸념.

회사 출근해서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커피나 한잔할까 싶으면 4시

다시 일 좀 하다가 정신들어보면 10시

일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새벽 1시

프로젝트 종료 혹은 인력유출(퇴사와 같은)로 인한

일시적인 추가노동과 같은 경우라면

당연히 야근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일년 365일 내내 야근에 시달려야할 정도의 살인적인 노동강도라면

당연히 추가적인 인력채용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대부분의 회사는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인력 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과로를 '열정'이라는 미사여구로 분칠하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과 같은 경우

'일에 대한 열정 부족'과 '무개념'으로 치부한다.

이런 상황은 당연히 회사가 노동자에 대한 일종의 '착취'를 통한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부당한 행위에 대한 저항이 열정 부족과 무개념이 되고 마는 세상.

여기가 진정한 안드로메다.


2. 

야근이 잦은 회사의 두번째 유형

'위에 아저씨가 집에 가질 않는다'

1번보다 더 답답한 상황일 수도 있다.

내가 집에 가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집에 갈 수 없다라는

전제주의 절대 왕권의 신봉자인 상사를 만나

엿먹는 케이스.

이건 뭐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부조리의 극치.

부서장이 집에 안가면 부서 전체가

팀장이 집에 안가면 팀원 전체가

사수가 집에 안가면 부사수가 집에 갈 수 없는 부조리의 극치.

이것도 저항하면 마찬가지로 '열정없음'과 '무개념'으로 욕먹는다.

도대체 왜??

이런 경우 많은 사람들은 시간당 업무 강도를 낮춘다.

인터넷을 하고, 짱박혀 졸거나, 커피 한 잔, 담배 한 대, 노가리, 음료수 한 잔 등등

어차피 오늘 집에 가기는 글렀고 그냥 시간이나 때우기.

회사에도 개인에게도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

이런 상황을 만드는 상사들은 이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부하들을 일사 분란하게 지휘하는 멋진 리더의 모습 상상하며 자위 + 상사에게 딸랑딸랑)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인지 궁금하신 분은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소블대위를 참조하시면 되겠다.


3. 

가족을 위하여.

지난 포스트에서도 가끔 언급했던 작년 독일 출장에서 겪은 일.

독일 사람들은 오전 7시 출근해서 오후 3시면 퇴근한다.

회사가 끝나는 3시부터 시내 상점가들은 활기를 띄기 시작하다가

7시면 식당과 펍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가는 다시 문을 닫는다.

퇴근을 하고 쇼핑을 마친 사람들은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는다.

자기 아이가 태어나 처음 그린 그림이라며

왠 낙서된 종이를 자랑스레 사무실에 걸어 놓은 어느 아저씨의 이야기.


결혼한 지 3년이 좀 넘은 선배가 아직 아기가 없어서

2세 계획없냐고 했더니 하는 말.

'맞벌이를 하니 내가 집에 있으면 와이프가 집에 없고

와이프가 집에 있으면 내가 없고

어쩌다 드물게 둘 다 집에 있는 날은 피곤해서 정신없고

이도 저도 아닌 정말 드문 날은 정말 날이 아니네'


독일만큼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집에 가서 애기는 좀 만들어보자.

애를 낳고 싶어도 못낳게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거냐.

낳고 나면 또 어떻게 기르라는 거냐.

이래놓고 맨날 출산율 드립.


4. 

마무리

직장인들에게.

자신의 야근을 스스로 힘들다 x 같다 누구 부장 죽일놈 살릴 놈 욕하면서

다시 그걸 스스로 '열정'이라 자위하고

또 그걸 후배들에게 강요하지 마시라.

누군가는 바꿔가야 할 문화라면 또 조금씩 바꿔가도록 후배과 바꿔봅시다.

그리고 혹여나 이 글을 보고 계실 사장님들께.

직원들의 야근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지 마시라.

그만큼 회사의 속은 곯아가고 있다는 상징입니다.

업무시간에는 빡세게 시키고

퇴근시간은 칼같이 보내시라.

직원들은 회사를 사랑하고, 사장님을 찬양할 것이며

업무 효율은 오를테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님을 다시 한 번 헤아려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