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 별, 방황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
문화 산책/책 이야기 2008. 12. 18. 23:25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1학년 병 이라고 부르는게 있다.
가끔, 혹은 종종 알게 모르게 지독스레 다가오는 병이다.
나도 대학교 신입생 때, 이 병을 지독스레 겪었었다.
정말로, 주변의 한 친구가 정신과 상담을 진지하게 권했을 정도로..
나는 그제껏 방황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 흔한 실패 한번쯤도 별로 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리고, 또 나약해지면 안된다라는, 그런 어떤 강한 심리적 압박에
방황이라는 건 어떤 사치처럼 나의 사춘기 시절을 넘겼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 어쩌면 늦게,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하는 방황들을 시작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별다른 방황이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술로 매일을 지새우고, 또 가끔은 선배를 붙잡고 울고..
무언가를 다 뒤로 밀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던..
그리고 그 절정에서 자살 충동까지 강하게 들었던..
그런 때가 스쳐지나갔었다.
황석영 선생이 이야기 하는 개밥바라기 별도,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금은 더 특별했고, 또 길었던
그리고 그렇게 지금의 황석영을 있게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의 방황들을 비교적 담담히 풀어낸다.
그 담담한 어투로 말하는 그의 특별한 방황이
황석영이라는 특별한 작가의 깊이의 뿌리라는 걸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 개밥바라기 별은 '황석영 비긴즈'라고 불러야 할 지도.
이 글은 특별한 누군가의 영웅담도 아니고
그 흔한 자서전도 아니다.
다만 황석영 선생 자신의 젊은 시절에 대한
그냥 혼잣말과 같은 읆조림이다.
그래서 마치 그 땐 참 그랬었지 라며
친구와 술한잔 하며 이야기 하는 듯
잔잔하게 공감하게 된다.
한 세대, 혹은 두 세대 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방황은 젊음의 동반자다.
방황과 함께 우리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또 방황과 함께 우리는 조금씩 나이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이가 들어갈 수록
그리고 방황은 점점 우리의 곁을 떠나가고
점점 현실이라는 그림자가 우리에게 닥쳐온다.
이미 현실 속에 몸이 반쯤 잠겨버린 나도 마찬가지이다.
허우적 대어본들 점점 늪에 빠져 들어간다.
그리고 점점 그 때의 방황의 기억들을 잊어왔다.
내가 그 때 왜 그랬었는지, 뭐가 그리 슬프고, 가슴이 답답했었는지
그 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어떻게 되어 있기를 바랬었는지..
황석영 선생은 이 글을 인터넷을 쓰는 새로운 세대들에게
자신의 경험, 자신의 그 방황했던 젊은 시절을 통해 소통하기 위해서 썼다고 하지만
방황을 지난 세대들에게도 한마디를 더해야 할 것 같다.
당신들이 방황했던, 당신들의 젊었던, 혹은 어렸던 그 때의 나를 다시 한 번 기억해 보라고.
다시금 지금의 나와 그 때의 내가 대화를 나눠보라고.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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