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기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나는 꽤 빨리 살아왔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초등학교도 빨리 입학을 했고

대학 대학원까지 쉼없이 달려왔다.

한번도 쉬지 않고 쭉 달려버려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빨리 계속 달려온거지.

그리고 한 번 고민의 시간이 생겼었다.

교수님께서 졸업을 하고 회사를 가지 말고 박사를 하고 가라고 하신 것.

그대로 쭉 했었으면 20대 박사를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텐데..

그냥 그런 고민이었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내 석사 졸업논문을 follow up 하던 형이,

그 논문을 계속 가지고 내년쯤 박사학위를 받으려고 한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전화를 끊고, 아..계속 학교에 있었으면 내가 졸업을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일지도.

내가 왜 교수님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 회사에 왔을까라는 생각을

또 다시 오랜만에 해보게 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너무 지쳐있었던 것 같다.

쉬지 않고 쭉 달리다가 이제 그 정점에 도달해버린 채, 일상이 너무 지루해져갔다는 게 맞겠지.

매일 학교 집 학교 집 그리고 다른 무언가가 없는 생활의 반복이 6년이 되어 갔으니.

그리고 refresh의 방법으로 회사를 택했다.

조금은 이제 느리게 걷고 싶어진거다.

빨리빨리라는 조급증은 빨리 달려갈수록 더욱 생겨나는 걸 깨달아서 그런지도.

너무 빨리 달리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데도 멈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을 때, 좀 쉬어가려고.

회사에 오고 나니 그래도 조금씩 숨을 돌리고 살다가

또 조금씩 다른 눈들을 돌리고 있다.

책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다른 미뤘던 공부들도 조금씩 하고

그리고 또 공부방 교사를 하면서 또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경험을 해보면서

아 내가 살아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는다.

꽤 오랜만에 느끼는 살아 숨쉬는 느낌.

때론 느리게 걸어가는게, 뒤를 돌아보고 옆을 돌아보고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가는데 족한 듯 하다.

뭐 다시 이제 슬슬 뛸 준비를 해야겠지만

한숨도 돌리고, 쉬면서 풀어졌던 신발끈도 조였으니

좀 더 편하게, 즐겁게 뛰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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