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지금은 로봇이니 잠수함이니 하는 것들을 붙잡고 매일 끙끙대고 있지만 사실 고등학교 때의 꿈은 물리학자였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관련 책들에 푹 빠져버려서는, '아름다운 수학'에 공감해버리고서는 한참을 그 안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8년 전, 대학에 들어오자 마자 무턱대고 넣은 과목 중 하나가 고급 물리학이었는데, 이수종 교수라는 분이 그 강좌를 맡으셨다.

교수님의 전공은 끈이론이라고 하는데, 사실 끈이론이라고 하는게 뭔지 전혀 감이 없던 내게 딱히 그 교수님의 존재가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기실, 임지순 교수님 수업을 듣고 싶었다가 못듣게 되어 실망한 탓일지도 모른다.

(아마 안식년인가 그러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 와 생각해보면 안들은게 다행인 듯 싶은게 천재들의 수업이 늘 그런 평가를 받듯 임교수님 수업도 좀 평가가 많다..=_=)

그리고 1년간 듣게 된 이수종 교수님의 수업은, 아마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수업들 중 손에 꼽히는 명강의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첫 수업은 '길이'가 무엇이냐 라는 것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칠판에 분필로 줄을 죽 긋고서는 이 줄의 길이를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냐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시간이나 차원 같은 것들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 수업.



갑자기 뜬금 없이 오래된 기억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 책이 바로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우리가 사는 우주는 무엇일까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답을 찾는 이야기.

그 답에 현재로써는 가장 가깝다라고 생각되는 이론이 바로 앞에서 말한 '끈이론'이다.

끈이론 혹은 초끈이론 이라고 하는 이 이론은 기존에 물질의 구성이 입자(particle)로 이루어져 있다는 기본관점에서 벗어나

물질의 구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끈(String)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가정 하에 우주를 서술하는 이론이다.

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끈을 실험적으로 찾은 것도 아닌 '가정'하고 있는 이 이론에 물리학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이 이론의 수학적 서술과 구조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당시 논란이 되던 상대성 이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고 하지 않은가.

'나의 이론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라고.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그 아름다움의 끝을 찾아 '대통합이론' 혹은 '통일장이론'이라는 이론을 연구하다 끝내 세상을 떴다.

그리고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지금, 물리학자들은 이제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라는

조금은 자만심 넘치는 이름을 초끈이론에 붙이고 '우주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엘러건트 유니버스이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각광받는 이유는 이수종 교수님의 첫 질문처럼 '시간'과 '공간'에 대한 혁신적인 생각을 제공했고

그리고 끝내 실험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같은 아인슈타인 빠들을 양산한 이유는 또 그 이론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그리고 이금 이 끈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뒤집어 놓은 그 시간과 공간을 다시 연장시켜 '4차원 시공간'의 개념을 10차원 혹은 11차원의 시공간 개념으로 뒤집어 엎어버렸다.

그러나 이 끈 이론(혹은 초끈이론)은 그 수학적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아직 물리학계의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단지 그럴 듯한 가설일 뿐 실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만 그 전제에서 파생되어 예측되는 수많은 물리적 현상을 발견하여, 이 이론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설명하는대로, 이 이론이 현존하는 많은 현상들을 논리적으로 타당하게 설명하지만

새로운 현상을 예측하는 것은 대부분 현재는 측정 불가능의 영역에 있는 현상들이기에 이것도 현재로서는 힘들어보인다)

다른 한가지는 지나치게 복잡한 수학적 구조로 인해 아직 완전하게 논리 정연한 이론적 체계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거의 혼자 이론 체계를 완성시킨 아인슈타인은 정말 다른 별 사람인듯도 하다..-ㅠ-)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끈이론의 수학적 아름다움은 끈이론의 진정성을 그 자체로서 증명해주는 것이기에

이 이론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라고 믿는다. (나는 이라는 주어가 앞에 달려야겠지?)


다시 본론인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 책은 '끈이론'이라는 복잡한 물리이론에 대한 소개서이며 끈이론의 대가 중 한 명인 브라이언 그린이 직접 쓴 글이다.

그리고 그렇게 깊은 이해에서 바탕해 서술했기에, 복잡한 수식들을 다 제외한 채

복잡할 수도 있고, 또 생소하고 아예 이해가 불가능한 영역에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조금 더 쉽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길잡이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물론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아예 없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지나치리만큼 친절한 설명들로 꽉찬 책이기에

한 번쯤은 도전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리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나처럼 한 때 상대성 이론의 되었던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BBC에서 제작한 동명의 과학 다큐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먼저 보고 이 책을 읽으면 좀 더 쉽게, 책의 내용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