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이상없다', 한 병사의 이야기.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나는 전쟁 영화나 전쟁 소설을 좋아한다.

한반도니 남북이니 하는 김진명의 소설도 대부분 다 읽어봤고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몇번이고 볼 정도로.

그런데 늘 그런 책이나 영화는 늘 어딘가가 부족하다.

읽고, 혹은 보고 난 후. 그 뿐.


흔히 '고전'이라는 것이 있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라는 제목의 이 책이 전쟁 소설에서 그런 '고전'에 해당한다.

서점에서 옆을 지나다 제목을 보고,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하고서는 뽑아들었으니.

사실은 큰 기대없이 든 책이었다.

우선은 책이 얇았고, 종이는 요즘에 좀처럼 보기 힘든 누런 종이에, 인쇄도 어딘가 어설퍼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소설을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배송료 절약을 위해, 인터넷 서점에서 함께 구입을 한 책.

언젠가는 읽겠지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고전은 괜히 고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을 넘어서는 생명력을 갖는 고전이란,

그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무언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소설을 읽다가

소름이 돋다가, 또 눈물이 맺혔다가,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건

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다.

이런 담담한 글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감정의 흐름은

신파조 소설들의 감정적 격랑보다 한층 더 깊은 곳에서

우리의 가슴을 판다.

조용히.


흔한,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그런 한 소년이 있다.

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어느날, 그의 담임이 그 반 학생들을 데려가 자원입대를 시킨다.

'조국'과 '민족'의 중흥을 위해.

그는 자기가 왜 총을 들고 이 곳에서 미친듯이 뛰어다녀야 하는 지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포탄이 날아들 때는 포탄 구덩이에 납작 엎드려야 살아 남는다는 것.

전쟁은 이들에게 현실이다.

먹는 것. 자는 것. 살아남는 것.

전방의 극한 상황 속에 처한 소년의 절박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것을 뛰어넘는다.


영웅이니 조국인니 그 어떤 것도 걸친 것 없이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진실의 모습.


'참호, 야전 병원, 공동묘지, 결국 우리가 갈데라곤 이것밖에 없다' (p.220)


흔한 전쟁 소설의 '영웅'이 아니라 더 마음이 저려올지도 모른다.

전쟁이라는 삶의 극한에 선 이야기를 너무 담담하게 풀어내서

더 무겁게 짓누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읽다가, 그리고 읽은 후.

한참이나 그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