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지금의 세계를 갖고 쪼물딱 쪼물딱 장난 치는 미국에서 서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태초에 그 곳이 있었다.

로마.

그 로마에 살았던 로마인 이야기의 첫번째.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로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란(그런 전설이 있는) 두 쌍둥이 형제가 건국한 나라이다.

애초에는 어느 나라의 시작이 다 그렇듯이

조그마한 라틴족 공동체로 시작했다.

(라틴족에서 퇴출당한 낙오자들로 구성되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주변 부족들과 싸워 이겨나가면서,

어느 틈에 눈을 들어보니 이탈리아 반도 전체의 지배자가 되어 있었던 로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변 부족들을 '정복하면서' 가 아니라 단지 '싸워 이겼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복이란 패배자를 자신들의 하층민으로 받아들이고 승자는 귀족이든 무엇이든 지배층으로 올라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로마는 새로운 길을 택한다.

초기에는 패배한 주변부족들을 로마로 이주시켜 로마 시민권자로 만들고

로마의 7개 언덕만으로 인구를 감당할 수 없게된 때에는

패배한 주변 도시들을 자신들의 동맹자로 만든다.

그리고 이주한 부족, 가문들의 장에게는 원로원 의석까지 제공한다.

심지어 로마의 5번째 왕은 에트루리아에서 이주한 이주민이었다.

(로마의 왕은 투표로 결정되는, 일종의 종신 관직과 같았다)


그리고 아테네가 그랬듯, 그리고 또 많은 다른 나라들이 그랬듯

평민들과 귀족들간의 마찰이 심해지자

로마는 다시 한 번 문을 평민들에게도 활짝 연다.

평민들도 소정의 자격을 갖추면 원로원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리고

또한 평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평민 집회,

평민들의 대표자인 호민관이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와중에 이제 소위 말하는 '평민 귀족'이라는 명문가문도 탄생하게 된다.


또 하나 로마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시스템의 확립이다.

2차 포에니 전쟁에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의 등장 전까지

이렇다할 영웅의 등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느 뛰어난 위정자가 나를 따르라 하고서는 미친듯이 주변 부족들을 정복해나간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로마가 이탈리아의 패권을 확립하기까지는 무려 500년의 기간이 걸렸지만

다시 그 시스템의 덕분에 로마는 큰 패배도 없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나가며 그 발판을 다져나간다.

그래서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일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로마라는 도시는 참 이상한 도시임에 틀림없다.

기껏 싸워서 이겨놓고서는

'너 이제 내 꺼'가 아니라 '너 이제 내 친구'라고 하는 나라.

하지만 그렇게 로마는 주변도시들과의 관계를

너를 죽여야 내가 사는 지배관계가 아니라

니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라는 운명공동체로

무려 500여년에 걸쳐 만들어간다.

물론 중간에 켈트족의 침략으로 로마가 황폐화되는 일도 있었고

다른 도시들의 배신으로 인한 전쟁도 많았지만

그 무수한 전쟁 속에서도 결국 로마는 이탈리아의 패권자가 된다.



ps. 보면서 드는 생각.

기업이든 국가든 어떤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나치게 그 인재에 경직되어 있는 건 아닐까?

한국인이냐 아니냐를 차지하고서 한민족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사람들.

혹은 이 좁은 땅에서도 어느 동네 사람이냐, 어느 학교 출신이냐 뭐 어쩌고 저쩌고 등등.

끈끈함은 좋지만 누구나가 들어와 이 끈끈함 안에 같이 들어올 수 있는

열린 마음은 아직은 힘든 길일까?

다음달에 유학중에 만난 중국계 미국인과 결혼하는 누나가 있다.

남편될 사람을 작년에 만나 'Beijing Olympic game was very nice'라고 이야기 했더니

그 아저씨가 웃으며 'Sorry, I'm not Chinese, but American'이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얼마나 '한국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새로운 한국인들은 얼마나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