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2권, 한니발 전쟁.


/* 728x90, 작성됨 09. 5. 25 임시 정지 */

안렉산더 대왕이 있었다.

3만 5천의 병력을 이끌고 '나를 따르라'를 외치며 동방으로 진격

10만이 넘는 페르시아군을 가볍에 즈리 밟으시고 동방에 '이거 내 땅'이라는 깃발을 꽂은 전설적인 인물.

그 전설의 뒤를 이어

그 전설이 처음 알린 '전략, 전술'을 발전시킨 희대의 장군이 다시 태어났으니 한니발이다.


로마가 이탈리아의 패권을 장악하고 난 후

눈을 들어 세상을 보니 이미 지중해는 카르타고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 것도 로마의 앞마당인 사르데냐 섬과 시칠리아 섬까지 카르타고의 세력 하에 들어있었다.

성장하고 있는 국가와 이미 패권을 장악한 국가

그 둘의 만남은 필연적으로 전쟁으로 발전한다.

바로 1차 포에니 전쟁이다.


1차 포에니 전쟁은 로마의 압승으로 끝난다.

로마의 시스템은 여기에서도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였고

로마 연합의 동맹 중에 그리스 식민 도시들이 선박 건조와 항해술에 힘을 보태면서

애초에 해양 민족이었던 카르타고는 바다에서 로마에 패퇴를 거듭하게 되고

결국 로마에 사르데냐와 시칠리아의 영유권을 넘기는 강화조약을 맺는다.


그리고 평화.


로마는 애초에 농경 민족이었다.

당시로서는 해양세력이 필수적인 상업에는 그래서 별 관심도 없었고

지중해의 패권에도 관심이 없었다.

다만, 로마는 자신들의 (이탈리아 반도 전체에 대한)방위에만 관심이 있었고

1차 포에니 전쟁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치뤄졌을 뿐이다.


그래서 1차 포에니 전쟁 후의 평화는 길고도 한가로워 보였다.

로마는 북쪽의 갈리아족과의 전쟁에 힘을 기울였고, 내치에도 힘을 쏟았다.

아피아 가도를 비롯한 로마의 가도들이 동서 남북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르타고에는 한니발이 있었다.

29세의 천재적인 젊은 장군이 아버지의 패배를(1차 포에니 전쟁의 패장이 바로 한니발의 아버지다) 쉽사리 인정하고 넘어가기에는

그의 야심과 꿈이 너무나도 컸을 것이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바로 잡고 자기의 조국 카르타고의 승리를 위해 나선다.


카르타고 본국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자기 가문이 다스리던 에스파냐에서 끌어모은 병력만을 데리고 독자적으로 갈리아 지방을 넘어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진군한다.

7만의 병력을 데리고 시작해 무사히 알프스를 넘어간 병력이 3만 5천.

알렉산더의 동방 원정의 병력과 지나치게 똑같은 건 노린 것인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 3만 5천의 병력을 데리고 로마를 유린하기 시작한다.


고대의 전쟁에 있어 알렉산더의 전과 후를 나누어야 할 것이고,

또 한니발의 전과 후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전략 전술의 중요성을 처음 찾아냈다면

그걸 널리 설파한 것은 한니발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깬다.

3만5천의 병력으로 10만의 로마군을 전멸시킨 한니발은 그것을 몸으로 보였다.

그리고 무려 19년간에 걸쳐 로마군은 한니발을 막지 못했다.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사회란

누가 되든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어 안정된 사회가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영웅이 없고

적에게서 불세출의 영웅이 났다면, 그 영웅에 대항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을까.


그러나 로마는 그 19년을 버텨냈다.

한니발을 막지는 못했으나 한니발에 대한 카르타고의 후방 지원은 충실히 막아내고

게릴라 전으로 일관하면서

초기의 큰 타격을 만회하고, 조금씩 조금씩

전면전은 피한채 한니발의 세력을 갉아먹어 가는 방식으로

'버텨냈다'


그리고 그 19년을 버텨낸 것은

무엇보다도 지난 500년의 세월을 걸쳐 만들어낸 로마연합이라는 공동체의 끈끈함의 힘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한니발은 자신의 압도적인 무력을 보임으로서 로마의 무력에 의해 강제되고 있던(그렇다고 생각했던)

로마 연합을 해체하려 노력하지만

무력에 의한 연합이 아닌 운명공동체로서의 로마 연합은 너무나 끈끈했기에 결국 한니발은 이탈리아 반도 안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고립된 한니발조차도 어떻게 손쓰지 못한게 로마였지만.


하지만 드디어 로마에도 불세출의 영웅이 등장한다.

푸블리우스 코넬리우스 스키피오.

후세에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아프리카를 정복한 자라는 의미) 존칭으로 불리게 된 또하나의 천재.

한니발이 알렉산더의 수제자라면 스키피오는 한니발의 수제자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어쨌든 스키피오는 한니발의 본거지인 에스파냐를 정복하고

다시 카르타고 본토를 공략하여 한니발을 어쩔 수 없이 이탈리아에서 철수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전의 자마 전투에서

스키피오가 한니발에 승리를 거둠으로써 카르타고는 지중해에 대한 패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고

지중해 전체가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의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1권에서 로마는 영웅이 없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사회라고 했다면

그리고 주변의 부족과 도시들을 자신들의 동맹으로 엮어 운명 공동체를 착실히 만들어가는 사회라고 했다면

이 한니발 전쟁을 전후로 로마의 행보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라는 불세출의 영웅의 등장.

그리고 대국이었던 카르타고와의 전면전에서의 승리.

급격한 로마의 세력확장.

이 모든 게 지난 500년의 로마에서는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또다른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ps. 책 이야기.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한니발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사실 그 내용은 잘 몰랐던게 사실이다.

이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보면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10만이든 20만이든 덤벼드는 모든 적은 전멸을 시키는 한니발.

존폐의 위기에 처한 로마를 응원하면서도(왜냐하면 주인공이니까)

그 상황에서 로마로 곧장 쳐들어가지 않은 한니발을 답답해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언제쯤 스키피오가 등장할까 두근대다가

자마전투에 이르러 클라이막스에 다다른다.

ㅇ ㅏ ㅇ ㅏ.

책이란 이런 것이다.